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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Cinque Terre'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친퀘테레 Cinque Terre'

 

 

몬테로소의 넓은 바닷가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길은 사람을 이끄는 매력이 있다. 도시의 매끈한 보도블록이나 어느 낯선 곳 검은 아스팔트도 그렇지만, 앞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먼지와 발자국으로 드러나는 흙길은 가슴을 더욱 설레게 한다. 우리는 가지 않은 길을 아쉬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길을 찾아 과감히 첫발을 내디디기도 한다.

이따금 길 위에 쓰러질 때도 있다. 어쩌면 사람이란 길 위의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지중해의 햇살은 언제나 그 강렬함에 눈이 부시다. 그 눈부신 햇살 속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간다. 이탈리아어로 ‘다섯 개의 땅’을 뜻하는 친퀘테레를 잇는 길은 멋진 바다와 산, 포도밭,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형형색색의 집들, 평화로운 마을과 그곳에 사는 인심 넉넉한 사람들까지 어우러져 한 편의 서사시를 연상시킨다. 1998년에 유네스코는 친퀘테레 마을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친퀘테레는 리오마조레(Riomaggiore), 마나롤라(Manarola), 코니글리아(Corniglia), 베르나차(Vernazza), 몬테로소알마레(Monterosso al Mare) 다섯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남쪽에서 출발할 때의 순서인데, 북쪽에서 거꾸로 내려오는 것 역시 괜찮은 방법이다.

 

맛있는 포도주를 내놓는 마나롤라의 레스토랑.(좌) 마나롤라의 절벽 위에 지어진 형형색색의 집들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우)

친퀘테레를 잇는 길 곳곳에서 사람들이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좌) 베르나차의 높은 절벽 위에 있는 오래 된 요새.(우)

친퀘테레가 매력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자유로운 여정인데, 마을을 잇는 길을 걸어 가거나 열차를 탈 수도 있고 혹은 배를 타고 돌아볼 수도 있다. 걷다가 힘이 들면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는 것도 쉬워 그 여유로움조차 재미있다.

나는 친퀘테레에서 가까운 남쪽의 라스페치아(La Spezia)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른 아침 마을로 향했다. 처음 나타난 마을이 리오마조레인데, 친퀘테레의 다른 마을에 견주어 비교적 현대적인 시기에 건설됐다. 라스페치아에서 기차를 타고 역에 내리면 바로 옆에 마을 중앙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터널이 있다. 터널 아래로는 리오마조르 강이 흐르는데 가끔씩 터널 사이로 밖이 내다보이기도 해서 심심치 않다.

마을에 도착하면 이탈리아의 전형적인 작은 마을 풍경이 펼쳐지는데 정겹게 다가온다. 여행객이 많이 지나다니는데도 개의치 않고 자기들만의 생활을 잘 영위해나가는 마을 사람들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사랑의 길

리오마조레에서 다음 마을인 마나롤라까지는 그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에 일명 ‘사랑의 길’로도 불린다. 이 코스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길로 30분 정도 걸리는데 도중에 소박한 조형물과 사랑을 약속하는 연인들의 자물쇠 더미도 볼 수 있다.

사랑의 길을 지나서 도착하는 마나롤라는 높은 절벽 위에 앙증맞아 보이는 집들이 조금은 위태롭게 서 있는 마을이다. 이곳은 12세기경에 조성된 마을로 처음에는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한 전략적인 목적으로 절벽 위에 집을 지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절벽 꼭대기에 약간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제는 평범한 작은 마을로 보이는 마나롤라는 14세기경까지 인근의 대도시인 제노바와 교역을 했던 부유한 마을이었단다. 중앙광장에 있는, 14세기경에 지어진 성당에 가면 당시의 영화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베르나차의 작은 광장에서는 거리의 음악가들이 즉석 연주를 펼친다.(좌) 몬테로소 바닷가의 강렬한 햇살 아래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우)

산 위에서 내려다본 리오마조레 마을은 무척 평화롭다.(좌) 바다에 바로 접한 베르나차의 성당과 마을.(우)

세 번째로 나오는 마을 코니글리아는 천혜의 요새라 할 수 있는 높은 산 위에 있다. 마을 이름은 여기에 정착했던 로마인 코르넬리우스의 어머니 코르넬리아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된다. 왜 마을 이름이 그의 어머니 이름에서 나왔는지 의아한 생각이 드는데, 이는 아마도 이 지역의 지주였던 그가 포도주를 재배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도시 전체가 화산재에 파묻힌 유명한 폼페이의 유적지에서 이 모녀의 이름이 적힌 포도주 병이 발견된 것을 보면 코니글리아의 포도주는 당시에 꽤 알려졌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오늘날에도 마나롤라의 레스토랑에서는 맛있는 포도주를 맛볼 수 있으니 여기서 오랜 하이킹으로 팍팍해진 다리도 풀 겸 와인을 곁들여 식사해보는 것도 좋다.

 

이제 다시 길을 나서 네 번째 마을인 베르나차로 향한다. 그런데 출발할 때부터 느낀 것이지만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상당히 재미있다. 조금은 더운 날씨에 달랑 핫팬츠만 걸치고 힘차게 걷는 아저씨가 있는가 하면 그리 녹록하지 않은 길인데도 어린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밀면서 오는 부부도 있다. 그런가 하면 한 가족이 길 위의 벤치에 앉아 준비해 온 소박한 식사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어 하이킹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준다.

리오 마조레에서 마나롤라로 가는 길의 터널 벽에 그려진 그림들도 재미있다.(좌) 바다와 아주 가까운 친퀘테레의 기차역들은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준다.(우)

해적질로 악명 높던 베르나차

베르나차는 다른 마을과 달리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곳에 마을이 형성돼 있다. 바다에 접근하기 쉬운 때문인지 원래 이 마을은 제노바와 피사의 무역선들을 해적질하는 곳으로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그래서 수차례 정벌을 당하기도 했지만 이들의 용맹과 전투기술을 높이 산 제노바에 의해 상당한 자치권을 부여받고 12세기경에는 피사와의 해전에 동원되기도 한 흥미로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베르나차에서 마지막 마을인 몬테로소까지는 이번 여정의 난코스라 할 수 있다. 경사가 가파른 길도 있고 시간도 넉넉잡아 2시간 가까이 걸린다. 그럼에도 주위의 풍경은 그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줄 만하다. 만약 자신이 없다면 편하게 기차로 이동할 수도 있다. 몬테로소는 친퀘테레에서 가장 번화한 마을로 특히 일광욕이나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물론 꼭 여기가 아니라도 오는 길 중간에도 햇살과 바다를 즐길 곳이 많으니 수영복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제 친퀘테레에서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마치려 한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 아래 펼쳐진 맑은 바다가 한없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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