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가장 맛있는 소시지를 파는 곳, 가장 큰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곳, 인형과 장난감으로 유명한 도시,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 바로 뉘른베르크다. 볼 것과 먹을 것이 많은 뉘른베르크로 초대한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기차로 3시간 정도를 달려 뉘른베르크 중앙역에 도착했다. 뉘른베르크에 대한 지식이라곤 바그너의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정도밖에 없었다. 특별히 바그너 팬도 아닌 내가 뉘른베르크를 여행하게 된 것은 순전히 독일의 비싼 교통비 때문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있어야 했다. 일정을 바꾼 것은 순전히 다음 목적지인 뮌헨에 프랑크푸르트보다 뉘른베르크가 더 가깝고, 때문에 교통비가 훨씬 절약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뉘른베르크 여행은 아무런 기대 없이 시작됐다.
중세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다 뉘른베르크 중앙역을 몇 발자국 채 나서지 않아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관이 펼쳐진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다. 만리장성과 같이 거대한 성벽이 뉘른베르크 구시내 전체를 감싸고 있다. 구시내는 성벽 외에도
폭 50미터 정도의 오픈된 지하도와 숲으로 둘러싸여 외부와 완벽하게 나뉘어져 있다. 성벽에 나 있는 14개의 문만이 중세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시로 통한다.
성벽을 따라 10분쯤 걸어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카르트이저 문으로 들어가 바로 보이는 건물이다.
다리를 건너고 성문을 통과해 비로소 성벽 안으로 입성했다. 마치 중세 시대 성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짐을 풀고 도시 관광을 나섰다. 불행히도 도착한 날이 일요일이라 모든 가게의 문이 굳게 닫혔다. 몇몇 음식점이나 아이스크림
가게만 영업 중이다. 나와 같은 처지의 관광객들만이 마치 텅 빈 것 같은 도시를 거닐 뿐이다. 관광객의 수는 생각보다 많다.
박물관에 들어갈 수도, 쇼핑을 할 수도 없지만, 닫혀 있는 건물들은 충분히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모두 중세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이다. 다행히 도시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교회나 성당은 예배 준비로 모두 열려 있었다.
성안에는 아름다운 페그니츠강이 흐른다. 폭 30m 정도 되는 좁은 강은 도시 중심을 관통하고 있다. 양로원 부근 다리에서
바라보면 강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건물과 나무, 작고 예쁜 다리 등 그림엽서에나 나올 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곳에서 조금만 걸으면 시내의 중심부인 중앙광장이 나온다. 신청사와 성모교회 사이에 있는 광활한 광장은 평일에는 시장이
열린다. 휴일이라 장이 서지 않아, 시원하게 뻥 뚫린 광장에는 사진 찍는 데 여념이 없는 관광객들이나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로 북적인다.
고딕 양식의 성모성당은 원래 유대인 사원인 시나고그가 있던 장소였는데, 14세기에 이를 헐고 그 자리에 지었다.
이곳은 카를 4세 등 황제들이 미사를 드렸던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성당의 유명한 타종 인형은 1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1356년의 금인칙서를 기리기 위해 황제 앞에 도열해 있는 7명의 선제후들을 보여준다. 시계가 정오 12시를 알리면 트럼펫 연주
인형의 신호음과 함께 카를 4세의 주위를 7명의 인형이 세 번 돈다.
독일 내에서 가장 맛있는 뉘른베르크 소시지 어떤 이들은 독일 음식은 맛이 없다고 한다. 이 말은 잘못됐다.
물론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음식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독일 음식은 충분히 맛있다. 소시지나 맥주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육류 요리에 와인도 훌륭하다. 남쪽 지방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 계절별로 다양한 파스타 요리가 있다.
독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소시지와 맥주다. 각 지역별로 맛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맛이라고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특히 ‘뉘른베르거’라 불리는 손가락 굵기만 한 뉘른베르크 소시지는 독일 내에서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1인분에 6, 7개가 나오는데, 독특한 향신료를 사용해 향이 독특하고, 작고 가늘지만 통통해 씹는 맛이 일품이다.
마치 살짝 말린 베이컨 조각을 씹는 느낌이랄까? 곁들여 나오는 자우어크라우트(양배추 절임)와 같이 먹으면 느끼함은 사라지고,
짠맛이 나지만 딸려 나오는 빵을 먹으면 적당히 간이 맞다.
특히 뉘른베르크가 속한 바이에른 주에는 돼지 족발 요리인 ‘슈바인스학센’이 유명하다. 틈틈이 맥주를 끼얹어 2시간 이상 구워낸
이 요리는 껍질은 고소하고, 살은 부드러워 먹기에 좋다. 뼈가 있는 덩어리 상태로 서빙 되며 양도 꽤 많다.
맥주는 독일 어느 지역을 가든 맛있다. 맥주를 먹다 보면 나트륨이 부족해 짠 음식이 먹고 싶어지기도 한다.
독일의 짠맛 나는 음식은 시원한 맥주와 곁들여 먹으면 딱 알맞다. 식사 때 꼭 곁들어 마시길 권한다.
여름 방문객이라면 조금 덥더라도 한번쯤은 노천카페나 테라스에서 식사를 해보자. 독일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노천카페에 앉아 식사를 한다면 여유를 즐기는 독일인들의 생활을 조금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 거리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빵은 바로 프레즐. 어른 손바닥보다 조금 큰 프레즐은 우리 돈 1천원이 채 안 되는 아주 저렴한
음식이다. 독일 음식이 대체로 그렇듯이 짭짤한 맛의 프레즐은 갓 구워내어 뜨겁고 바삭한 것이 더욱 맛있다.
7월에 유럽을 방문한다면 반드시 앵두를 먹길 바란다. 한국에서는 꽤 비싼 앵두가 0.5kg에 4천원(2.5유로) 정도다. 혼자서는
다 못 먹을 만큼 양이 많다. 게다가 굉장히 맛있다. 8월에서 10월 사이에 방문한다면 버섯류인 슈타인필츠를 먹어보길 바란다.
독일 내에서도 귀중한 음식 재료로, 특별한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카이저부르크 시내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기에는 카이저부르크만 한 곳이 없다.
이 성은 황제가 방문했을 때 숙식과 안전을 책임졌던 곳이다. 무려 1050년에 건설됐고, 그 후로 화재와 증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성 내부는 황제의 방, 기사의 방, 예배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성은 꽤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다. 오르막길을 한참을 걸어야 닿을 수 있으니 각오하고 가야 한다.
티켓 판매소에서 관람권을 구입하면 성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 따로 엘리베이터가 없어 뱅글뱅글 돌면서 올라가는 수많은
계단을 통과해야 한다. 꽤 힘들지만, 정상(꼭대기)에 오르고 나면 등산한 것처럼 기분이 날아갈 것이다.
창문을 통해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고,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도시는 동화 속 배경처럼 아름답다.
기본 관람권에는 ‘우물’을 관람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언뜻 보기에 지극히 평범한 우물이다. 그러나 그 깊이는 47m에
달한다. 높은 지대에서 물을 끌어다 쓰기 위해서는 그 정도 깊이로 파야 했던 모양이다.
카이저부르크 바로 앞에는 1420년에 세워진 목조 건물이 있다.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생가다.
그는 1509년부터 세상을 떠난 1528년까지 이곳에서 지냈다. 내부는 비교적 당시 상황과 비슷하게 꾸며져 있으며, 복사품이지만 그의 작품을 여러 점 만날 수 있다.
뉘른베르크는 장난감으로도 유명하다. 가스나 증기를 이용한 장난감은 처음 이 도시에서 만들어졌다.
시내 곳곳에서 귀여운 장난감 가게를 만날 수 있으며 그 명성에 걸맞게 장난감 박물관도 눈에 띈다. 박물관에는 뉘른베르크
제작 장난감뿐 아니라 1300년경에 제작된 페루의 인형, 모형 철도 등 다양한 장난감도 만날 수 있다. 인형의 집은 놀랄 만할
정도로 정밀하게 잘 꾸며져 있다.
독일 최대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곳 뉘른베르크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최대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여름에 뉘른베르크를 방문한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17세기 루터에 의해 시작된 크리스마스 마켓은 중앙광장에서
크리스마스 4주 전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이브 사이에 열린다. 장난감의 도시답게 다양한 모양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계피 향 나는 크리스마스 쿠키 등 크리스마스 관련 물품이 가득하다. 따뜻한 와인인 글뤼바인은 이 시장의 꽃이다.
여행 마지막날, 뉘른베르크의 중앙광장에서 시장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오렌지, 체리, 망고, 파파야, 파인애플 등 다양한 과일이
즐비하고, 6월에만 먹을 수 있는 거대한 아스파라거스와 넝쿨이 달려 있는 작고 색깔이 예쁜 토마토도 있다. 말린 과일이나 온갖
차를 파는 노점도 있다. 유럽의 여느 도시들처럼 다양한 종류의 치즈도 눈에 띈다. 치즈는 손님이 원하는 양만큼 큰 덩어리에서
잘라준다. 초밥이나 롤을 파는 곳도 있다. 뜻밖에도 이곳에서 김치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한국어로 ‘김치’라고 쓰여 있는 게
반가우면서도 낯설었다.
시장에는 먹을 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히피풍 스카프를 파는 곳도 있고, 동양적인 분위기의 북이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마귀할멈 장난감도 있다. 북적거리는 시장에서 모둠 과일과 소시지로 점심을 해결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과일은 화려한
외양에 비해 맛이 없지만, 머스터드소스를 뿌려 빵 사이에 넣어주는 소시지는 거리에서 먹는 음식 이상의 훌륭한 먹거리다.
■글&사진 / 두경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