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국토만큼이나 끊임없이 다양한 얘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스페인은 재미있고 유익한 여행지임에 틀림이 없다. 태양의 나라 스페인 수도는 마드리드다. 하지만 대다수 스페인 사람들은 `정신적인 고향` 또는 `스페인 문화의 시발점`으로 안달루시아를 첫손에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안달루시아는 스페인 남서부에 위치해 있다. 주요 도시로는 그라나다, 코르도바, 세비야, 말라가 등이 있다.

안달루시아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문화적 요소들을 고루 간직한 고장이다. 그런 만큼 안달루시아에 속해 있는 도시들은 개성이 강하다. 그 가운데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감도는 코르도바가 유난히 돋보인다. 도시 전체에서 풍기는 은근한 매력 때문에 오페라나 시, 소설 무대로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카르멘` 배경 무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제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카르멘은 집시 처녀 카르멘과 평범한 군인 돈 호세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4막짜리 오페라. 1875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 오페라는 본래 소설로 쓰여진 것이다. 소설 카르멘은 프랑스 고고학자이자 작가인 프로스페르 메리메에 의해 1845년 처음 발표됐다. 이 작품이 발표되고 나서 30년 후에 만들어진 오페라 카르멘의 성공은 소설과 메리메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현재 코르도바 시내 북동쪽에는 집시 처녀 카르멘과 투우사 루카스가 만나던 장소인 코레데라 광장이 자리 잡고 있다.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인 코르도바는 한때 유럽에서 가장 앞선 문화를 꽃피웠던 도시다. 일찍이 기원전 169년 무렵에 도시가 건설되었고 칼리프 왕국이 탄생한 10세기 무렵에 최고 전성기를 누렸다. 756년부터 1031년까지 이슬람교 왕국의 수도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현재 코르도바 구시가지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코르도바를 대표하는 문화명소는 이슬람 사원인 메스키타다. 코르도바 상징물이기도 한 메스키타는 8세기 무렵에 처음 세워진 이후로 여러 차례 증축을 거쳐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 이슬람 사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메스키타를 중심으로 해서 코르도바는 8세기 중엽부터 13세기 중엽까지 화려한 문화의 꽃을 피웠다. 오늘날에는 세계 각국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스페인을 찾아온 여행자들 가운데는 이 메스키타를 보기 위해 일부러 코르도바를 방문하기도 한다. 메스키타 근처에 형성된 이슬람 지구와 유대인 지구는 현재 코르도바 구시가지를 형성하고 있다.

메스키타 다음으로 코르도바에서 돋보이는 명물은 1523년에 착공한 대성당이다. 건물 기반이 라틴십자가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런가 하면 17세기 초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제단장식과 제단 위쪽에 있는 격자 장식의 둥근 천장이 눈길을 끈다.

대성당에서 빼놓을 수 없는 훌륭한 예술작품 가운데 하나는 성가대원 5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성가대석이다. 카리브해에서 가져온 나무들로 만들어진 성가대석은 2단으로 구성돼 있다. 성가대석 뒤편에는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묘사돼 있다.

코르도바의 젖줄은 구아달키비르 강이다. 이 강 위에는 230ｍ 길이 로마교가 놓여 있다. 16개 고풍스러운 아치로 이뤼진 이 다리 중간에는 코르도바 수호성인인 대천사 라파엘 석상이 세워져 있다.

로마교를 사이에 두고 메스키타 건너편에는 마치 견고한 성을 연상케 하는 라 칼라오르라 탑이 구아달키비르 강변에 우뚝 솟아 있다. 14세기 중엽에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축조되었는데 지금은 다양한 전시회를 여는 공간과 코르도바 시내를 내려다보는 훌륭한 전망대 구실을 하고 있다.

△현지교통편＝코르도바로 가는 교통편은 편리하다. 마드리드 아토차역에서 코르도바로 가는 기차가 오전 6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하루에 약 30회 운행하고 있다. 약 2시간 소요. 코르도바 인근 도시인 세비야까지는 약 50분, 그라나다까지는 약 2시간30분, 말라가까지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