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추석 연휴와 결혼시즌을 맞아 해외 여행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카드복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여행객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동남아 및 유럽 일부 국가에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돈을 찾는 여행객들의 카드를 위조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비밀번호를 알아내 현금을 빼내는 금융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해외에서 현금이 자신도 모르게 인출됐다는 신고가 작년 여름 철에는 1건이었지만 올 여름철에는 태국 3~4건, 말레이시아 1건으로 늘었다"며 "특히 태국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해외에서의 카드복제 범죄는 물건을 사고 결제할 때 마그네틱에 담겨있는 정보를 빼내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때도 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현지에서 현지통화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체크카드나 글로벌직불카드, 국제현금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아 피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범죄 수법은 ATM에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소형 카메라를 장착해 고객이 누르는 비밀번호를 입수하거나 한적한 곳에 아예 가짜 ATM를 설치해 놓고 마그네틱 카드에 담긴 정보를 빼내는 방법 등이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ATM을 이용한 범죄는 지난 7월 국내에서도 발생했었다.
국내 금융기관의 카드는 상대적으로 복제가 어려운 IC(집적회로)칩을 내장하고 있지만 해외 현지 ATM은 대부분 마그네틱(MS)식이거나 기술표준이 달라 IC칩을 읽을 수 없다는 점에서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소비자 보호를 위해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사용되는 국제현금카드에 대해 1일 이용 한도액(미화 5천달러) 이외에 1회당 인출 한도 및 회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태국의 경우 1일 거래 횟수는 3회, 1회당 인출한도는 1천달러이며 말레이시아는 6회, 580달러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한적한 곳에 홀로 있는 ATM기는 범죄집단이 설치한 위장 ATM기일 가능성이 있다"며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나 금융기관에 설치돼있는 ATM기기를 이용할 것"을 권했다.
또 기기 오작동시 `도와주겠다'고 접근하는 사람이 있으면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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