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비스바덴, 소박한 여행의 낭만

세계 최대의 뻐꾸기 시계가 있는 마을

프랑크푸르트에서 코블렌츠구간은 관광객보다 현지 주민이나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노선.
경유지인 마인츠, 비스바덴, 뤼데스하임, 장크트 고아르스 하우젠 등이 모두 한 번쯤 내리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뤼데스하임. 하지만 나는 뤼데스하임 여행을 잠시 뒤로 미룬 채 중간 정차역인 비스바덴에서 내려야 했다. 기차에서 만난 한 할머니 때문이었다. 말끔한 정장을 한 독일 할머니가 들려주는 비스바덴 자랑. 나는 마치 주술에 빠진 듯 할머니를 따라 비스바덴에서 내려 계획에도 없던 비스바덴 여행을 했다.

◆ 온천과 오락을 겸한 휴양도시 

비록 자그마한 도시긴 하지만 비스바덴 역시 나름대로의 개성과 장점을 고루 갖춘 좋은 여행지다. 훌륭하고 역사가 깊은 유물들을 찾는 여행도 의미가 있지만 이처럼 작은 도시에서 만나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정겨움은 때로 여행의 소금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전혀 일정에 잡혀 있지 않은 소도시에서의 하루는 지금도 내게 매우 소중하고 의미 있는 여행으로 오래 기억되고 있다.

비스바덴은 독일 헤센주의 주도다. 그리 크지 않은 도시지만 라인강 근처의 야트막한 구릉지대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으로 인해 주도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내고 있다.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곳이기는 해도 국제회의도 자주 열리고 휴양을 위해 찾아오는 여행자도 생각보다 많은 도시다.

비스바덴은 아주 오래전부터 온천도시로 유명했던 곳이다. 지금도 온천과 오락을 겸한 휴양도시로서 명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중앙역에서 비스바덴의 메인 도로인 빌헬름 거리를 따라 끝까지 가면 온천수의 원천인 코호브룬넨을 만날 수 있다.

휴양차 비스바덴을 찾은 여행자들은 온천욕을 즐기는 틈틈이 근처 휴양공원(쿠어 파크)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 휴양공원 안에는 휴양시설의 하나로 가벼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카지노인 쿠어 하우스가 있다. 다소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인근의 라인강이나 마인츠로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한다.

비스바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곳은 중앙역, 시청, 마르크트 교회, 쿠어 하우스가 있는 휴양공원 등이다. 오페라를 공연하는 헤센 주립극장도 휴양공원 근처에 있다. 이곳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수준 높은 오페라와 연극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아울러 비스바덴 중앙역 근처 길가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뻐꾸기 시계가 전시돼 있어 이곳을 지나는 많은 여행자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마인강 건너 마인츠 여행도 가능

비스바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유서 깊은 도시 마인츠가 자리잡고 있다. 교외전철을 타고 마인강을 건너 세 정거장만 가면 된다. 마인츠는 라인강과 마인강이 만나는 지점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시다. 따라서 오랜 옛날부터 라인강 뱃길을 통해 외부와의 교류가 활발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라인강 유람선을 이용해 세계 각국의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마인츠는 생각처럼 그리 큰 도시는 아니다. 전체 인구라고 해봐야 고작 20만명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도시 규모에 비해 유난히 많은 문화 명소가 있다는 게 마인츠의 자랑거리다.
이른바 `라인 와인`의 본고장으로 독일에서 손꼽히는 와인 생산지이기도 하다.

유럽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마인츠 역시 구시가지에 주요 관광 명소가 밀집돼 있다.
마인츠 기차역 근처에는 이 도시의 상징물인 마인츠 대성당이 있다. 마치 견고한 성을 연상케 하는 이 성당은 975년에 착공돼 1037년에 완공된 로마네스크 양식 건축물이다. 훗날 보수를 하면서 약간의 고딕 양식이 접목됐지만 로마네스크 양식의 특징이 단연 돋보이는 훌륭한 건축물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크고 작은 성당과 교회의 창문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돼 있다. 이곳 마인츠에서도 멋진 스테인드글라스를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샤갈의 작품으로 창문을 장식한 잔크트 슈테펜 교회다.

이 밖에 마인츠에는 중세 건축물이 밀집된 구시가지 키르슈가르텐과, 1477년 개교 당시 마인츠 대학으로 불리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 등과 같은 명소들이 있다.

△현지교통편＝비스바덴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은 유럽에서 가장 큰 기차역 가운데 하나다. 독일의 주요 도시는 물론이고 유럽의 주요 도시와도 기차노선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비스바덴을 비롯한 프랑크푸르트 근교 도시들과는 교외전철 또는 국철로 접근이 가능하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비스바덴까지는 약 40분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