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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떠난 유럽 도시 여행



딱 1년 전 9월, 유럽기차여행을 하고 있었다. 여행 코스는 파리에 도착한 후 브뤼셀을 거쳐 앤트워프에서열흘, 베를린에서 열흘, 그리고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한 달에 가까운 일정이었다. 도시 간 이동 수단으로는 기차를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유럽에서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여행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당시 유레일(셀렉트) 패스를 처음 이용했던 나는 친절한 주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고난과 실수가 반복되는 힘든 여정을 겪었다. 브뤼셀로 가는 유레일패스 1등석을 미리 예약해놓지 않은 탓에 RER을 타고 파리의 북역으로 가서 탈리스를 타야 했고, 브뤼셀에서는 앤트워프 가는 기차 대신 다른 도시로 가는 엉뚱한 기차를 타기도 했다. 유럽 도시의 기차 이름과 기차역, 갈아타는 스케줄을 확인하는 모든 과정이 낯설었고, 뭔가를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비포선라이즈>에 버금가는 기차 안의 낭만과 로맨스를 꿈꿨던 기대와는 달리 무거운 가방을 끌고 헤매는 사이 나는 거의 넉다운 상태가 되었다. 환승역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찾지 못해 힘겹게 여행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짐을 한번 붙이면 도착지까지 신경 안 써도 되는 비행기가 더 낫다는 생각도 수차례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여정은 기차여행에 대한 부실한 여행 준비와 뭐 어떻게든 가겠지 했던 나의 ‘무대뽀’ 정신, 그리고 ‘첫경험’이 가져온 당연한 결과였다.

고백하건대, 나의 첫 유럽기차여행은 말처럼 그렇게 쉽고 편리하지는 않았다. 나처럼 유레일을 처음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처음을 겪고 나면 그 다음은 훨씬 수월해지는 법. 이번에 세 번째 유럽기차여행을 하면서 그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능숙하고 편리한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이번 여행 코스는 밀라노를 시작으로 총 7개의 도시를 기차 타고 이동하는, 그야말로 나라별 초고속 열차를 다 타보는 초절정 버라이어티 기차여행이었다.

게다가 1등석이다. 여기에 쉽게 만나기 힘든 여러 나라의 기자들-이스라엘 텔아비브, 카자흐스탄, 아르헨티나, 브라질 상파울로 등 나라도 특별했다-이 함께 다니며 이번 여행의 즐거움을 배로 만들어주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내가 만나봤던 어느 해외 기자들보다 순수하고 멋졌으며, 최고의 여행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좋은 사람만큼 소중한 추억도 없다. 누구 하나 모난 사람 없이 모두가 이렇게 멋진 그룹은 처음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그들의 이야기도 살짝살짝 등장하게 된다. 또한 나는 유럽기차여행이 낯선 독자들이 내가 겪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보다 편리하게 기차 기차여행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유럽 기차여행이 좋은 이유

1 탑승 수속을 위해 최소 1시간 반 전에 공항에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2 입국 수속도 따로 하지 않는다.
3 비행기를 탈 때처럼 보딩 시간이 따로 없다.
4 기차의 중앙역은 보통 도시 중심에 있으므로 공항까지 가는 비용과 시간이 따로 들지 않는다.
5 항공에 비해 출발 시간 선택의 폭이 넓다.
6 출발과 도착 시간이 정확하다.
7 파리와 브뤼셀, 브뤼셀과 런던 등 각 나라의 대표 도시 간 이동시간이 보통 2~3시간 정도밖에 안 걸린다.
8 창밖의 자연을 즐기며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TIP 나라별 열차와 패스 정보
이탈리아
■유로스타 이탈리아 |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를 운행하는 국내용 고속열차. 밀라노피렌체로마나폴리, 밀라노베네치아, 로마토리노, 로마베네치아 등을 운행한다.

■시살피노 | 스위스와 이탈리아・독일을 연결하는 국제 초고속 열차다. 우리는 밀라노에서 스위스의 몽트뢰로 갈 때 이 기차를 탔다. 기차여행 중 이 열차 안에서 첫 점심식사를 했는데, 연어스테이크와 파스타 비질리코를 주문했다. 노란 테이블보 위에 차려진 음식은 이탈리아 음식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시살피노는 피렌체밀라노, 베네치아밀라노, 밀라노취리히, 밀라노제네바, 취리히슈투트가르트 등으로 운행한다.

스위스
■골든패스라인 | 스위스의 여러 열차 라인 중 루체른에서 몽트뢰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다. 스위스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열차로 천장까지 유리로 덮여 있는 파노라마 열차와 클래식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오리엔탈특급열차가 있다. 열차를 직접 운전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VIP석은 좌석이 한정되어 있어서 예약 필수다. 이동 구간은 루체른브뤼니히 고개인터라켄츠바이짐멘몽트뢰

■스위스 패스 | 스위스에서 최소 4일 이상 머무는 여행자들에게 적합한 패스다. 선택한 일수 동안 철도, 버스, 배, 트램 등 스위스 37개 도시의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여행자의 일정에 따라 스위스 플렉시패스, 세이버패스, 유스패스 등 다양한 종류의 패스와 티켓을 고를 수 있다.

프랑스
■테제베 리리아 | 프랑스와 제네바, 로잔, 베른, 취리히 등 스위스의 주요 도시를 운행하는 국제 초고속 열차. 로잔에서 디종으로 가는 동안 이 열차를 이용했다. 소요시간은 2시간 20분.

■테제베 이스트 |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초고속 열차다. 지난해 6월 개통된 이 라인으로 인해 세 나라의 운행 시간이 크게 단축, 반나절 생활권에 들게 되었다. 크리스티앙 라크로와가 직접 디자인한 1등석과 2등석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기능성은 테제베 전 구간에 걸쳐 업그레이드 중이다.

■프랑스패스 | 1개월 내에 사용할 날짜 3일을 선택해 프랑스 국철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할인 탑승권이다. 프랑스 내에서 이동하는 날의 수가 만약 3일 이상이라면 최무제한대 6일까지 추가로 구입할 수 있다. 1등석과 2등석 중 선택 가능하며 프랑스 패스로 테제베와 같은 고속열차를 이용할 경우 추가 예약 비용이 든다.
       


 
벨기에
■탈리스 | 벨기에에서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을 연결하는 벨기에의 고속열차다. 이번에 동행한 기자들로부터 단연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1등석에 제공되는 음식(좌석까지 음식을 가져다준다)은 물론 각종 서비스가 단연 돋보인다. 지난여름부터 시작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1등석만 해당)는 유럽 열차 중 유일하게 탈리스에서만 누릴 수 있는 최신식 서비스. 파리-브뤼셀, 파리-쾰른, 브뤼셀-암스테르담 등을 운행하고 있다.

런던
■유로스타 | 런던과 파리, 런던과 브뤼셀 구간을 시속 300km로 운행하는 초고속 열차. 특이한 것은 도버 해협의 해저터널을 통해 20분 동안 바다 속을 달린다는 사실. 브뤼셀 미디역에서 런던 생팬크라스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51분, 파리 노드 역까지는 걸리는 시간은 고작 2시간 15분이다.

영국철도패스-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구간에서최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티켓. 영국 이외의 나라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만 구매할 수 있다.
       


 
유레일 셀렉트 패스
유럽 22개국 중 국경이 인접한 3~5개의 나라를 여행할 때 사용하면 좋은 특별 할인 패스다. 정해진 기간 동안 제한 없이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6개국 이상을 여행한다면 유럽의 20개국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유레일 글로벌 패스가 좋다. 글로벌과 셀렉트 패스는 1등석 탑승 패스이며, 2등석만 이용하고 싶다면 유스패스를 이용하면 된다.

■ PRICE
유레일 글로벌 패스 성인 15일 507달러부터. 유레일 셀렉트 패스(성인 5일 3개국 기준) 321달러부터. 유스패스(5일, 3개국, 2등석) 209달러부터.

■ NOTICE
유레일패스 1등석의 경우 대부분 미리 예약을 해두어야 한다. 예약시에는 예약 수수료가 붙는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하거나 출발 하루 전에 기차역에 들러 직접 예약하면 된다. 서울을 떠나기 전 일정을 확정하고 가는 사람이라면 국내에서도 여행사를 통해 예약 가능하다(레일유럽 홈페이지 판매 여행사 참고).

■ MORE
INFO www.raileurope.co.kr 
       
CHECK THIS SERVICE!
■ 기차에서도 짐을 부칠 수 있다! 국내 수하물 서비스
지난해 유럽에서 무거운 여행 가방을 들고 ‘생쑈’를 했던 나에게 이 서비스는 정말 귀가 솔깃해지는 서비스였다. 짐을 붙이는 서비스는 비행기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스위스에서는 모든 유인 기차역에서 수하물 운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짐을 부치면 이틀 후 오전 9시부터 찾아갈 수 있다. 좀 더 일찍 짐 도착을 원하는 경우에는 45개 관광지들 사이에서 가능한 속달 수하물Fast Baggage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아침 9시 이전에 짐을 부치면 목적지에서는 당일 오후 6시 이후에 짐을 찾을 수 있는 것. 물론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유효티켓이 필요하다. 요금은 보통 수화물의 경우 CHF10, 속달 수하물일 경우는 CHF20 또는 미화 15달러, 한화로도 지불 가능하다.

■항공 수하물 서비스 | 스위스의 취리히나 제네바 공항에서는 공항에서 짐을 찾지 않고 여행자가 가는 최종 목적지에서 짐을 받을 수도 있다. 담당 직원이 컨베이어벨트에서 짐을 꺼내 스위스의 최종 목적지까지 기차로 발송해주는 서비스다. 그러면 여행자나 여행자가 숙박하는 호텔의 직원이 기차역에서 짐을 찾으면 되는 것. 여행자는 수하물을 보낼 때 관련 서류를 작성하면 된다. 단, 수하물 안에는 관세가 요구되는 물품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자전거나 서핑 보드처럼 부피가 큰 물품도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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