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에주투어 |
|
|
: [이탈리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씨에나, 오르비에토 |
|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탈리아 ‘볼로냐·시에나·오르비에토’
 |
▲ 12∼13세기 볼로냐에는 200개가 넘는 첨탑이 있었다고 한다. 100m에 가까운 아시넬리 탑에 오르면 주황색 지붕이 빼곡히 들어찬 구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 【 볼로냐·시에나(이탈리아)=정순민기자】 지난달 26일 폐막한 제46회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2009 Bologna Children’s Book Fair)에 참관하기 위해 이탈리아 중북부 도시 볼로냐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책만 보고 온 것은 아닙니다. 도서전이 열리는 짬짬이 피크닉을 떠나듯 인근의 크고 작은 도시를 돌아다녔습니다. 에밀리아로마냐주의 주도인 볼로냐에서 로마를 향해 남쪽으로 3∼4시간 쯤 가면 나타나는 토스카나주의 시에나와 움브리아주의 오르비에토가 바로 그런 곳입니다.
공교롭게도 세 도시는 서로 다른 듯 하면서도 묘하게 닮은 구석이 많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고색창연한 ‘중세’ 도시라는 점이었습니다.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는 옛 건축물들과 과거의 영화(榮華)를 뽐내 듯 웅장한 자태로 서 있는 두오모(Duomo·주교신부가 미사를 집전하는 대성당)들은 시간이 중세에 멈춘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습니다.
동양에서 온 여행객들에게 유럽의 도시들은 이국적인 낭만과 매혹을 선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대부분 시간의 퇴적(堆積)이 만들어낸 낯선 풍경들 때문입니다. 이런 도시들의 골목길을 걸으면서 간혹 ‘우리는 왜 옛것을 간직하고 있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런 자책은 그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곳에 갔다면 모든 잡념을 털어버리고 그저 그곳의 낯선 풍경을 즐기면 되는 것입니다.
2기가바이트(GB) 이상의 메모리가 장착된 디카(디지털 카메라)를 챙기는 일도 잊어선 안됩니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그림’이 되는 그곳에서 메모리 부족으로 더이상 사진을 찍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해선 안되기 때문입니다.
■볼로냐, 혹은 두 개의 사탑
볼로냐는 흔히 '회랑(回廊)의 도시'로 불린다. 방사형으로 구성된 구도심의 거의 모든 건물들이 포르티코(Portico)라는 이름의 회랑으로 둘러쳐져 있기 때문이다. 1∼2층 높이로 줄지어 서 있는 화려한 기둥 아래 형성된 회랑은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볼로냐 사람들의 이동 통로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사실 볼로냐는 '탑의 도시'라고 해야 옳을 듯하다. 12∼13세기 볼로냐가 황금기를 구가할 당시만 해도 이곳에는 200개가 넘는 첨탑이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붉은 벽돌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이 탑들은 그러나 예상과 달리 종교적인 염원에 의해 지어진 것은 아니다. 당시 교황파와 황제파로 갈라져 세력 다툼을 벌이던 귀족들이 서로 자신들의 힘을 자랑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탑을 쌓아 올렸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지금 볼로냐에는 10개 미만의 탑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중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은 흔히 '볼로냐 사탑'으로 불리는 아시넬리와 가리센다 등 두 개의 탑이다. 볼로냐 구도심 정중앙에 위치한 마조레 광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이 탑들은 서쪽으로 2∼3m씩 기울어진 사탑(斜塔)이다. 100m에 가까운 아시넬리 탑은 내부에 설치된 498개의 계단을 밟고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그곳에 오르면 주황색 지붕이 빼꼭히 들어찬 볼로냐 구도심의 전모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는 볼로냐 대학 교사(校舍)를 둘러보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할 볼로냐 관광의 포인트다. 1158년 문을 연 볼로냐 대학은 프랑스 파리대학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오랜된 종합대학으로 '장미의 이름' '푸코의 추' 같은 소설을 쓴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교편을 잡고 있다.
■시에나, 캄포광장과 두오모
14∼15세기에 최전성기를 누렸던 고도(古都) 시에나는 1559년 인근 도시 피렌체에 주도권을 빼앗긴 이후 성장을 멈췄다. 16세기 이후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지 않았다는 이곳은 지난 1995년 유네스코에 의해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
▲ 시에나 푸블리코 궁전 | 대개의 중세 도시들이 그렇듯이 시에나의 중심은 광장(캄포 광장)과 성당(시에나 두오모)이다. 그런데 시에나의 캄포 광장은 좀 유별나다. 네모 반듯하지 않고 광장의 두 변이 둥그렇게 돼 있어 꼭 조가비 모양을 하고 있다. 게다가 바닥은 평평하지 않고 한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시에나의 골목길을 돌아돌아 캄포 광장에 이르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바닥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아 있다. 해바라기를 하는 것이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양지 바른 곳에 몸을 맡긴 이들은 서양 사람이고 광장 주변 건물들이 만들어낸 그늘 아래 자리를 잡은 이들은 동양 사람이다.
광장에 면해 있는 푸블리코 궁전도 꼭 둘러봐야 할 곳이다. 1층은 시에나 시청사로 사용되고 있으며 2층과 3층은 시립미술관이다. 또 건물 왼쪽에는 붉은 벽돌로 쌓아올린 102m 높이의 '만자의 탑'이 있다. 종지기의 이름을 딴 만자의 탑은 이탈리아에서 두번째로 높은 종탑으로 이곳에 오르면 시에나의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시에나의 또다른 중심인 두오모는 캄포 광장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흰색과 검은색 대리석이 가로줄로 교차돼 있는 휘황찬란한 이 두오모는 그러나 아직 미완성이다. 14세기 페스트의 창궐로 공사를 중단했던 시에나 두오모는 이후 시에나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면서 우측 남쪽 부분을 여전히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오르비에토, 시간이 멈춘 곳
시에나에서 로마 쪽으로 좀더 남하하면 또다른 중세 도시 오르비에토가 나온다. 오르비에토는 해발 197m 높이의 바위산 위에 지어진 산중 도시로 깎아지를 듯한 벼랑 끝에 조그맣게 난 옛길을 따라 올라가면 한참을 에둘러 가야 한다. 중세시대 교황의 피난처로 사용되기도 했다는 그곳까지 올라가기 위해선 푸니쿨라(Funicular·쇠밧줄을 이용한 등산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알프스 같은 곳에 가면 볼 수 있는 산악열차와 비슷한 형태의 이 앙증맞은 탈거리는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운행 시간이 채 3분도 안되지만 푸니쿨라를 타고 내리는 재미는 오르비에토가 제공하는 즐거움의 절반에 육박한다.
 |
▲ 오르비에토 두오모 |
오르비에토의 중심은 광장이 아니라 두오모다. 시에나에 비하면 훨씬 작은 규모의 도시답게 두오모 역시 크기가 비교적 작은 편이다. 그러나 단아한 느낌의 이 성당에서는 실제로 이곳 사람들이 예배를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로새겨진 높고 둥그런 돔 위로 사람들의 성스러운 노래 소리가 울려퍼지면 마치 천국에라도 온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르비에토의 또다른 볼거리는 땅 밑에 있다. 두오모 광장 앞에는 그로토(Grotto)라고 불리는 지하 동굴 입구가 있다. 하루에 두 번 개방되는 이곳은 과거 피난(避難)이나 피정(避靜)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은 포도주 저장고로 사용되고 있다. 또 카엔 광장 근처에는 깊이 62m의 산 파트리치오 우물이 있다. 16세기 로마 교황청에 의해 만들어진 이 우물은 248개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볼로냐나 시에나의 탑들과는 정반대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이곳에선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하다.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