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깊은 인상과 긴 여운을 남기는 중세 도시. 이들을 찾아다니는 것은 유럽을 여행하면서 얻게 되는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스페인의 톨레도 역시 여행자들에게 기대한 것 이상의 재미와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중세 도시가 가진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마드리드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톨레도는 당일치기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마드리드 버스 1일권으로 톨레도행 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약 1시간이면 마드리드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중세 도시로 안내한다.
로마시대에 성채도시였던 톨레도는 스페인의 옛 수도로서 중세시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771년부터 30년이 넘도록 이슬람 왕국에 정복돼 건축양식 등에서 이슬람 문화의 발자취가 느껴진다.
톨레도는 입구에 위치한 높고 오래된 성벽에서부터 요새도시 다운 분위기를 풍긴다. 마을로 통하는 비사그라문은 16세기에 세워진 것으로 문의 정면 상단부에는 두 마리의 독수리 문장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다.
비사그라문을 통과해 황토색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선 좁은 골목길을 따라 가보자.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길을 잃기 쉽지만, 이정표를 잘 보고 따라다니면 큰 어려움은 없다. 정신없이 골목을 지나치다 보면 갤러리가 나타나기도 하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아기자기한 기념품 숍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도시가 건설된 지 몇 백년이 지난 후에도 많은 골목길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 놀랍다.
또한 골목에 늘어선 건물들을 천천히 구경하는 것도 흥미로운데, 가톨릭 중심지였던 만큼 건물마다 손잡이와 문장식이 매우 견고하고 독특하다. 좁은 골목과 언덕, 강렬한 햇살 때문에 도시를 걸어서 둘러보기 힘들다면 `트렌 임피리얼`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유원지의 작은 전차를 연상시키며 소코도베르 광장을 출발해 알카사르 요새를 돌아본 뒤 도시 주변을 약 45분 동안 일주한다. 톨레도 3면을 에워싼 타호강 주변을 지날 때면 강과 파란 하늘, 중세 도시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톨레도 관광의 중심은 소코도베르 광장이다. 광장 주변으로 톨레도 대성당인 카테드랄과 산토 토메 성당, 엘 그레코의 집 등 주요 관광지가 모여 있다. 또한 광장 일대에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많이 있어 무척 번화하며 현지인들과 많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톨레도를 둘러볼 수 있는 관광 열차 `트렌 임피리얼’이 운행되고 매주 화요일에는 광장에서 전통시장이 열린다. 마을 입구에서 광장으로 올라가는 언덕에서 바라보는 시내의 전경 또한 무척 멋지다.
광장에서 골목길을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하늘을 찌를 듯 높고 웅장한 첨탑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톨레도 대성당 `카테드랄`로 1227년에 건설을 시작해 266년이 지난 1493년에 완성되었다. 카테드랄은 카메라에 모두 담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웅장하다. 성당 외벽의 장식은 화려하면서도 정교하고, 주변에 있는 5개의 문에는 조각상과 여러 조각이 섬세하게 장식돼 있다. 프랑스 고딕 양식을 본 따서 만든 성당 안에는 조각과 회화 등 수 많은 종교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으니 내부에도 들어가 보도록 하자.
카테드랄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알카사르 요새가 나타난다. 스페인 내란 당시 격전지였던 이곳은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후 2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일찍 도착해야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 반대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산토 도메 교회가 나오는데 스페인 회화의 3대 거장 중 한 명인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이라는 작품이 있어 더욱 유명해졌다. 교회로 가는 큰 길에는 기념품점이 즐비해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도심 곳곳을 모두 둘러봤다면 강 너머에서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파라도르 데 톨레도`를 찾아가자. 파라도르는 스페인 각 지방도시의 고성을 고쳐서 호텔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톨레도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높은 언덕에 오르면 톨레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타호강과 높은 언덕이 대성당과 중세풍의 건물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한다.
톨레도를 방문한 기념으로 지인들을 위한 선물을 찾고 있다면 금은 세공품점이나 경단 모양의 과자 `마사판` 전문점을 찾아가자. 마사판은 아몬드와 설탕으로 만든 톨레도의 전통 과자로 입안에 남는 향이 무척 달콤하다. 옛날 요새도시였던 탓에 칼을 소재로 한 재미있는 기념품도 많다.
★톨레도 여행정보
△가는 길=톨레도 직항편은 없다.
대한항공에서 3월 27일까지 암스테르담을 경유하는 마드리드 노선을 운항한다. 암스테르담까지 비행시간 약 12시간, 마드리드까지 약 2시간40분 소요. 톨레도까지 기차로 약 1시간20분, 버스로 약 1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