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레이시아에 대해 얼마간 편견을 갖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 국가며, 저개발 국가라는 이미지. 하지만 이러한 편견은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하는 순간 깨진다. 말레이시아는 눈부시게 발전한 나라다. 동남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잘산다. 치안 상태도 좋다. 여행자들이 밤늦게 마음 놓고 돌아다녀도 괜찮을 정도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는 초고층 현대식 건물이 즐비하다. 거리는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등 아시아인들과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여행자들로 붐빈다.
말레이시아 인구 2300만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인도네시아에서 건너온 말레이계고, 600만명 정도는 중국계, 그리고 200만명가량은 인도계와 같은 비율의 원주민들이 한 국가, 한 국민으로 공존하고 있다.
사람들 복장도 인종만큼 다양하다. 히잡을 쓴 이슬람계 사람과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인 등 복장의 스펙트럼은 넓다.
쿠알라룸푸르는 말레이어로 `진흙의 하구`라는 뜻.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라자(왕) 압둘라가 다스리는 아주 작은 도시에 지나지 않았지만 주석 광산이 발견되면서부터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광산 도시로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된다.
1880년대에는 중국인을 대신해 영국인들이 이 도시를 통치하면서 영국 문화를 많이 받아들였다. 오랜 식민 통치를 거치며 말레이시아는 안타깝게도 수많은 전통문화를 잃어버렸고 도시에 여행자들이 기억해야 할 만한 유적은 그다지 많이 남지 않게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알라룸푸르는 흥미로운 도시다. 흔히 쿠알라룸푸르라고 하면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떠올린다. 452m 높이의 쌍둥이 빌딩인 이 거대한 건물은 대만 파이낸셜센터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쿠알라룸푸르 스카이 라인을 압도하는 이 건물은 시내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다. 타워 1과 타워 2를 일본 하자마건설과 한국
삼성엔지니어링이 경쟁하듯 쌓아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쇼핑을 좋아한다면 페트로나스 타워에 들러볼 만하다. 에르메스를 비롯한 명품들이 입점해 있지만 가격은 한국에 비해 그다지 싼 편은 아니다. 윈도쇼핑 정도는 즐겨볼 만하다. 한국인들은 스페인 브랜드 자라(ZARA)를 즐겨 찾는다. 티셔츠가 2만~3만원 정도로 저렴해 노려볼 만하다.
쿠알라룸푸르는 밤이 재미있다. 페트로나스 타워가 불을 밝히는 오후 7시 무렵이면 도시는 떠들썩해진다. 우리나라의 서울 압구정동쯤으로 생각하면 되는 부킷빈탕도 시끌벅적해진다. 부킷빈탕은 쇼핑과 외식은 물론 화려한 밤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신나는 밤을 보장해 주는 클럽도 여럿 있다. 대부분 새벽까지 영업한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라운지 음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술값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편이다. 야시장에서는 중국 음식과 인도 음식, 말레이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술을 제외한 여러 음식의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다소 싼 편이다.
유적지 등도 둘러볼 만하다. 영국 식민지를 거치며 대부분 파괴됐지만 이슬람 문화권에 여행을 왔다는 기분 정도는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건물이 영국 식민지 시대인 1897년에 건축된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이다. 40m 높이의 시계탑과 햇볕을 받으면 우아하게 빛나는 구리로 만든 돔이 장관이다. 빌딩 앞에는 메르데카 광장이 있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국립모스크는 국립회교사원이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 건축물은 우산을 여러 번 접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의 독립정신을 나타내는 심벌로 유명하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73m 높이 회교사원의 탑은 쿠알라룸푸르의 대표적인 상징물 가운데 하나다.
도시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말레이시아 국왕인 양 디 페르투안 아공이 살고 있는 왕궁 이스타나 네가라가 있다. 잘란 이스타나에 있으며 넓게 펼쳐진 정원은 잘 다듬어진 잔디와 꽃들로 항상 만발해 있다. 왕궁은 국가적인 행사나 기념일에 경축 장소로도 쓰이며, 관광객들은 매일 왕궁 경호원 교대식을 구경할 수 있다.
△항공=
대한항공에서 인천~쿠알라룸푸르 구간 직항편을 매일 운항하고 있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주3회(월ㆍ목ㆍ일요일) 직항편을 운항하며 9월 18일부터 금요일편이 추가 운항된다.
△날씨와 시차=아열대 기후다. 하루 최고 32도에서 최저 21도.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환율=말레이시아 화폐 단위는 링깃(RMㆍRinggit)이다. 1링깃이 380원 정도.
△축제=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이슬람 축제인 `하리 라야 아이딜피트리(Hari Raya Aidilfitri)`가 열린다. 라마단이 끝나는 9월 20일에 시작된다. 라마단을 지키느라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음식들을 곳곳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자선을 베푸는 등 왕과 국민이 한데 어우러져 즐거움을 나눈다.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모든 말레이시아인과 말레이시아를 찾는 외국인까지도 함께 즐길 수 있다.
10월 17일부터 힌두교 축제인 `디파발리(Deepavali)`도 열린다. 산스크리트어로 `빛의 행렬`이라는 뜻. 힌두교 신자들은 초와 램프를 켜 집안 곳곳을 장식한다. 전국적으로 정부와 사원, 학교 등이 큰 잔치를 열어 사람들을 초대하며, 엄청난 양의 음식이 제공되는 모습이 진풍경을 이룬다.
[글 / 사진 = 최갑수 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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