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① 쉬니케 플라테 ◆
알프스의 여름은 `환상` 그 자체다.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몽환적이기도 하고, 동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묘한 설렘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벼르고 별러 `알프스 시즌`에 맞춰 알프스를 찾는가 보다.
알프스 하면 금세 스위스가 떠오른다. 그만큼 스위스는 알프스의 다양한 모습을 골고루 간직하고 있다. 아름다운 야생화를 만날 수 있고, 한여름에 눈밭 위를 거닐 수 있으며, 기차를 타고 작은 마을 구석구석을 찾아갈 수 있고, 눈만 돌리면 언제 어디서든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스위스에서 알프스 여행 기점이 되는 대표적인 도시로는 필라투스를 끼고 있는 루체른, 마터호른을 끼고 있는 체어마트, 융프라우를 끼고 있는 인터라켄 등이 있다.
베르너 오버란트 지역의 중심지인 인터라켄은 여름 알프스를 체험하기에 가장 좋은 도시로 손꼽힌다. 인터라켄에서는 알프스의 명봉인 융프라우, 아이거, 묀히 말고도 쉬니케 플라테와 피르스트 등 개성 강한 알프스의 명소들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 투박하지만 깊은 멋 지닌 하이킹 명소
= 알프스 시즌(6~8월)의 인터라켄 시내는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여행자로 넘쳐난다. 이들 대부분은 등산열차를 타고 융프라우를 오르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 사람이다. 하지만 인터라켄에 왔다고 해 모두 융프라우의 감동을 맛보는 것은 아니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문제다. 짧은 일정으로 인터라켄을 찾은 여행자들은 억세게 운이 없을 경우 온통 구름에 둘러싸인 융프라우에 만족해야만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인터라켄에서 가볼 만한 명소가 융프라우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산을 좋아하고,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명소가 인터라켄 주변에 산재해 있다. 그 대표적인 명소 가운데 하나가 쉬니케 플라테다.
현지 사람들이 `알프스의 정원`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쉬니케 플라테로 향하는 출발지는 빌더스빌이다. 인터라켄에서 기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빌더스빌은 알프스로 오르는 길목에 위치한 평지 마을이다. 인터라켄과는 달리 번잡하지 않고 샬레풍의 근사한 숙소도 있어 가족 단위 여행자가 많이 찾는 곳이다.
빌더스빌 마을 앞에 있는 기차역에서는 쉬니케 플라테로 향하는 예스러운 등산열차가 오전 7시 25분부터 오후 4시 45분까지 약 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가파른 산길을 힘겹게 오르는 기차 안에서는 인터라켄 시내와 두 개의 호수(브리엔츠, 튠)가 한눈에 들어온다. 빌더스빌에서 쉬니케 플라테까지는 약 50분이 소요된다.
쉬니케 플라테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알프스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멋을 보여주는 명소다. 투박하지만 깊은 맛을 간직한 알프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기차역에서 2~3분 거리에 있는 산장(레스토랑을 겸하고 있음)에서 쉬니케 플라테의 가슴 벅찬 하이킹은 시작된다. 하이킹 코스는 쉬니케 플라테에서 피르스트로 넘어가는 6시간 코스를 비롯해 모두 6개 코스가 있어 시간이나 체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 숨이 막힐 정도로 멋진 야생화 꽃길
= 쉬니케 플라테는 스위스 사람들에게 있어서 정상에 서는 것 그 자체가 자랑거리다. 등산열차를 이용하는 일반 여행자들과는 달리 쉬니케 플라테를 제대로 느끼려는 사람들은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땀을 뻘뻘 흘리며 산능선을 오른다. 힘들게 오른 산정상에서 만나는 알프스 바람의 맛은 과연 어떨까?
쉬니케 플라테의 하이킹 코스는 푹 파인 분지를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도는 산책로로 이어져 있다. 따라서 알프스의 평원이나 구릉지대에서 보는 야생화들과 달리 키가 조금 큰 것이 특징이다. 그 종류도 다양해 "어쩌면 이렇게 많은 꽃들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양과 색깔이 제각각이다.
하이킹이 아닌 관광 목적으로 쉬니케 플라테를 찾은 사람은 대부분 45분 정도 소요되는 `알펜 가르텐` 코스를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을 마친다. 하지만 쉬니케 플라테의 진정한 멋을 느껴보기 위해서는 산장에서 출발해 다우베, 오베르버그호른을 거쳐 산장으로 돌아오는 2시간30분짜리 코스를 돌아봐야 한다. 중급자 코스라 조금 힘이 들긴 하지만 하이킹을 마쳤을 때의 성취감을 기대하며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쉬니케 플라테 산장에서 다우베까지 오르는 코스는 약간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정상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인터라켄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이곳에서 오베르버그호른까지는 가파른 절벽을 옆에 끼고서 아슬아슬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간간이 나타나는 야생화 군락이 저절로 발길을 멈추게 한다.
전망대 역할을 하는 오베르버그호른을 지나 산장까지는 야생화 꽃길로 이뤄져 있다. 밟고 지나가기 미안할 정도로 지천에 널린 앙증맞은 야생화들. 이름도 알 수 없는 수십 종류의 예쁜 야생화가 끝도 없이 펼쳐진 꽃길.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천상의 화원`이다.

△가는 길=대한항공에서 인천~취리히 구간 직항편을 주 3회(화ㆍ목ㆍ토요일)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4시간 정도. 취리히 공항역에서 베른까지는 기차로 약 1시간15분, 베른에서 인터라켄 동역까지는 기차로 약 50분, 인터라켄 동역에서 빌더스빌까지는 기차로 약 5분, 빌더스빌에서 쉬니케 플라테까지는 등산열차로 약 50분이 소요된다.
△취재 협조=인터라켄관광청ㆍ융프라우철도회사
[글ㆍ사진 = 송일봉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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