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도 저마다 취향이 있다. 유난히 호기심 많은 사람은 티베트나 인도, 아프리카 여행을 통해 `작은 꿈`을 이룬다. 낭만적인 휴양지에서 멋진 노을을 바라보며 연인과 달콤한 시간을 꿈꾸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았을 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기에 `어떤 여행이 최고 여행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정답은 있을 수 없다. 자기 입맛에 맞는 와인이 가장 좋은 와인이듯, 여행도 자신이 가장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가장 좋은 여행지다. 그러다 보니 여행 주제도 기차여행, 와인여행, 미술관여행, 음악여행, 걷기(트레킹)여행 등 보다 세분되고 다양해졌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유명 작가 생가나 작품 배경이 되었던 곳을 찾아가는 `문학여행`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래트퍼드 어폰 에이번`
영국 스트래트퍼드 어폰 에이번
영국을 대표하는 도시는 런던이다. 하지만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 있다. 그곳이 바로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 고향 스트래트퍼드 어폰 에이번이다. 이름이 다소 긴 스트래트퍼드 어폰 에이번은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200㎞쯤 떨어져 있다.
스트래트퍼드 어폰 에이번 중심가에 있는 셰익스피어 생가는 비교적 소박하게 꾸며져 있다. 2층 거실 창가에는 그가 사용하던 침대, 나무로 만든 의자, 그가 작품을 집필했을 책상 등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셰익스피어 가족 손때가 묻은 낡은 가재도구도 여행자들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트래트퍼드 어폰 에이번에는 셰익스피어의 문학과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또 다른 명소가 있다. 해마다 셰익스피어 축제가 열리는 로열 셰익스피어 극장이 바로 그곳이다. 1875년에 지어진 본래의 극장은 1926년에 화재로 소실되었고 1932년에 지금의 자리에 다시 지어졌다. 셰익스피어 체취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작은 마을에서 그의 연극을 한번쯤 보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셰익스피어는 1564년 4월 26일 스트래트퍼드 어폰 에이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읍장을 지낸 덕에 비교적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낸 셰익스피어는 18세에 연상인 앤 해서웨이와 결혼했다. 1580년대 후반 무렵 런던으로 나온 셰익스피어는 본격적으로 배우, 시인, 극작가로서 길을 걷게 된다. 그 후 1590년부터 생을 마감하기 전인 1613년까지 희곡 37편을 발표했다. 대표작으로는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를 비롯해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이 있다.
◆예술과 문화의 도시 `파리`
예술과 문화의 도시 파리에는 센강이 있다. 그 낭만적인 물줄기에는 30여 개 다리가 놓여 있다. 각 다리는 저마다 사연을 간직하고 있어 파리 여행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센강 다리 가운데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눈길을 끄는 다리가 있다. 그 다리 이름은 미라보. 길이 약 190m인 이 다리가 바로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 무대이기 때문이다.
아폴리네르는 32세 때인 1912년에 `미라보 다리`가 실려 있는 시집 `알콜`을 발표했다. 시 내용은 아폴리네르가 너무나도 사랑했던 여인인 마리 로랑생과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담고 있다. 앙리 루소는 이들 두 사람을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시인과 뮤즈` 모델로 삼기도 했다.
파리에는 미라보 다리 말고도 문학과 관련된 명소들이 많다. `노트르담의 꼽추`로 유명한 빅토르 위고, `악의 꽃`의 샤를 보들레르, `좁은 문`의 앙드레 지드, `춘희`의 알렉산드르 뒤마피스 등은 특히 파리와 깊은 관련이 있는 유명 작가들이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썼거나, 태어난 집 또는 말년을 보낸 집이 파리시내에 곳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노트르담 성당은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로 너무나도 유명한 곳. 이 소설은 성당 종지기 카지모도가 집시 처녀 에스메랄다에게 보내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1830년대 당시 노트르담 성당을 배경으로 한 파리 생활상이 묘사되어 있는 걸작이다.
알렉산드르 뒤마피스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춘희`는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로도 유명한 작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춘희는 `알퐁신 플레시`라는 이름을 가진 실존 인물이다. 스물세 살에 짧은 생을 마감한 춘희가 살던 집은 파리 시내 마들렌가 15번지에 있으며 그의 무덤은 몽마르트르 묘지에 있다.
◆잔잔히 흐르는 괴테의 체취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는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자존심이다. 특히 괴테 고향인 프랑크푸르트 사람들은 괴테가 자신들 고장에서 태어난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며, 괴테를 가리켜 `프랑크푸르트의 위대한 아들`이라 부르기도 한다.
괴테하우스는 프랑크푸르트 구시가지인 `그라세 히르슈그라벤`에 자리 잡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60년여 전인 1749년 8월 28일,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괴테는 이 집에서 태어났다. 당시 괴테 아버지는 황제의 고문관이었으며, 어머니는 프랑크푸르트 시장 딸이었다.
현재 괴테하우스는 4층까지 자유롭게 개방하고 있다. 부엌과 식당으로 꾸며져 있는 1층은 18세기 명문가 주방도구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솥뚜껑, 냄비, 국자 등이 250여 년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전까지 사용했던 것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2층은 다소 동양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 괴테 여동생이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던 큰 방이 온통 중국식 벽지로 치장되어 있어 `베이징의 방`이라는 애칭이 있다. 3층은 `괴테 탄생의 방` `어머니 방` `아버지 서재 `그림의 방` 등으로 꾸며져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3층에서 가장 유명한 전시물은 바로크 양식 천문시계다. 지금까지도 시각은 물론이고 연월일과 요일까지 정확하게 표시하고 있는 이 천문시계는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유일무일한 예술적 독창성을 갖춘 명물이다.
4층은 괴테가 소년 시절과 청년기를 보냈던 곳으로 누이동생과 인형극 놀이를 하던 허름한 인형극장도 있다. 청년 괴테는 바로 이곳에서 불후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 초고를 완성했다.
◆안데르센 태어난 동화의 마을, 덴마크 오덴세
오덴세는 덴마크를 찾아오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여행지다. 꿈 많던 어린 시절에 안데르센 동화를 읽으며 자란 사람들이라면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이 도시를 찾아갈 것이다. 한스 안데르센은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오덴세를 가리켜 `꽃과 같이 아름다운 마을`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1805년 4월 안데르센은 가난한 구두 수선공 아들로 태어났다. 비록 가난하긴 했지만 훗날 "나는 오덴세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회상했듯 평화로운 마을 풍경은 안데르센이 아름다운 동화를 쓸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해 주었다.
안데르센은 대학 시절에 첫 작품 `즉흥시인`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서른 살 때(1835년) 발표한 동화집이 좋은 반응을 얻자 이에 힘을 얻은 안데르센은 해마다 동화집을 펴냈다. 이 같은 작업은 1870년 무렵까지 계속되었다. 유난히 창작에 열성적이었던 그는 평생 동안 동화 150여 편을 발표했다. 안데르센 동화 가운데는 미운 오리새끼, 인어 공주, 성냥팔이 소녀, 빨간 구두, 벌거숭이 임금님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오덴세 최고 관광명소인 안데르센 박물관은 중세풍 분위기가 흐르는 한스 옌센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평생 여행을 하며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썼던 안데르센 삶이 그랬듯이 박물관 역시 소박하게 꾸며져 있다. 작고 예쁜 건물이 줄지어 늘어선 한스 옌센 거리 중 일부는 현재 역사보존지구로 지정되어 있어 마을 전체가 마치 동화의 나라를 연상케 한다.
현재 안데르센 박물관에는 책상, 육필 원고, 스케치화, 여행용품 등 그의 유품이 잘 보존되어 있다. 박물관 한쪽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된 안데르센 작품집과 함께 샤갈, 달리의 삽화와 포스터도 전시되어 있다.
오덴세에는 안데르센이 어린 시절을 보낸 집도 잘 보존되어 있다. 이 집에서 그는 두 살부터 열네 살까지 살았다. 3칸짜리 방과 부엌으로 꾸며져 있는데 안데르센의 유품과, 아버지의 작업장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글·사진 = 송일봉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