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설국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한 구절이다. 도쿄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1시간30분쯤 달렸을까. 2㎞에 달하는 긴 터널이 끝나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설원이 펼쳐진다. 예부터 눈과 온천, 그리고 쌀이 유명하다고 해 `3백(白)의 고장`이라고 불리는 니가타에 도착한 것이다.

◆ 설국의 배경이 된 니가타

=우리는 흔히 일본의 겨울하면 홋카이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일본인 사이에서는 니가타 역시 홋카이도 못지않은 눈의 고장으로 이름 높다. 니가타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배경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중앙 해안선을 따라 길게 자리한 니가타는 그 모양이 마치 일본 열도를 그대로 축소한 것과 같은 모습이다. 북서쪽으로 바다에 면하고, 남동쪽으로 연봉에 가로막힌 지리적 특성 때문에 겨울이면 산을 넘지 못한 수증기가 엄청난 양의 눈을 쏟아낸다. 쌓이고 쌓인 눈은 3~4m에 이른다.

이렇게 내린 눈이 녹아 최고의 쌀을 만들고, 그 쌀로 청주를 빚는다. 니가타 고시히카리는 일본 내에서도 가장 높은 값을 쳐 줄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청주를 빚는 양조장은 100여 개에 달한다.

눈의 양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키장이 발달했다. 니가타 산악지대에 쌓인 눈은 잘 녹지 않고, 수분을 적당히 머금고 있어 촉촉하다. 산 위를 덮고 있는 폭신폭신한 스노파우더는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기에 적합하다.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겨울보다 춥지 않아 활동하기에도 좋다.

대부분 스키장에서는 호텔과 온천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따로 이동할 필요 없이 스키나 스노보드를 마음껏 즐긴 후 온천으로 피로를 풀 수 있다.

◆ 갈라유자와 스노 리조트

=니가타 스키 여행은 에치고유자와역에서 시작된다. 역을 중심으로 약 20개 스키장이 조성돼 있는데, 그중 13개 스키장 셔틀버스가 에치고유자와역을 출발한다. 역 주변에는 스키웨어로 무장한 여행자들이 눈밭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셔틀버스 출발 시간까지 시간 여유가 있다면 역내를 구경해보자. 여행자를 위한 관광안내센터를 비롯해 상점, 식당, 기념품점 그리고 니가타 청주를 시음할 수 있는 혼슈관이 자리하고 있다. 역에서 시작되는 800m에 이르는 온천거리도 잠시 산책하기에 좋다. 오래된 고택을 개조한 전통 료칸과 공원 그리고 무료 족욕탕 등이 조성돼 있다.

에치고유자와역에서 가볍게 산책을 즐겼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니가타 겨울을 만끽할 차례다. 셔틀버스로 5분 거리에 있는 나스파 뉴오타니는 스키어들의 천국이다. 이곳에 조성된 슬로프는 모두 스키어만을 위한 것이다. 스노보더와의 충돌을 피하고 보다 안전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다. 8개 코스 중 가장 긴 코스는 1290m. 경사가 완만하게 이어져 초급자들도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나스파 뉴오타니호텔과 함께 운영되고 있으니 숙박과 스키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갈라유자와 스노 리조트를 추천한다. 갈라유자와 스노 리조트는 에치고유자와역 다음 역인 갈라유자와역에서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나다. 역 개찰구를 빠져 나와 곤돌라에 탑승하면 스키장으로 직행할 수 있다. 역내에는 용품 렌탈 코너와 자쿠치가 있는 온천장을 갖추고 있다. JR이스트패스 소지자는 리프트권과 렌탈 용품을 1000엔에 이용할 수 있다.

갈라유자와 스노 리조트 중심으로 유자와 고원 스키장과 이시우치마루야마 스키장이 조성돼 있는데, 통합 리프트권을 구입하면 3개 스키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곤돌라와 셔틀버스가 각 스키장을 연결한다.

■ 니가타 여행정보

△항공＝대한항공에서 운항하는 인천~니가타현 직항편을 이용한다. 약 2시간 소요.

△기후＝연평균 기온은 13도이며 겨울에 폭설이 자주 내린다.

△특산품＝니가타 코시히카리로 대표되는 쌀이며 깔끔하고 쌉쌀한 사케와 쌀 과자도 유명하다.

△마운트나에바＝27개 슬로프와 18개 리프트를 갖춘 대규모 스키장이다. 길이 5㎞에 달하는 드래곤돌라를 타면 인근에 있는 카구라, 타시로, 미츠마타 스키장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글ㆍ사진 / 윤희상ㆍ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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