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크기의 33만배, 섭씨 1500만도 붉은 태양이 1억4960만㎞ 떨어진 지구를 밝게 비춰 만물이 소생할 수 있는 생명력을 준 것이 신(神)이 보여준 최고의 능력이라면 해질 무렵 짙은 어둠이 도시를 감싸기 시작할 때 하나 둘씩 켜지는 화려한 네온사인은 아마 인간이 만든 발명품 중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이 만든 빛이 태양에 비교될 순 없지만 고층빌딩에서 뿜어내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작은 수정체를 통해 들어오는 순간 마치 온몸이 마비된 것처럼 숨이 꽉 막혀버린다면 인공광도 태양만큼 대단한 것이다.

인간이 만든 화려함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이 바로 야경의 대명사로 불리는 홍콩이다. 네온사인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야경을 보기 위해 해마다 수백 만명이 이 도시를 찾는다고 한다. 홍콩은 태양이 활기를 치는 낮 동안 조용히 숨죽이고 태양 빛이 시나브로 될 때 호랑이가 감춘 발톱을 드러내듯 고층빌딩에서 서서히 자신의 속내를 하나 둘씩 드러낸다. 빨강, 파랑, 노랑 등 화려한 네온사인이 출렁이는 바다 위로 부서지고 집채 만한 간판과 자동차에서 뿜어 나오는 강한 빛들이 마치 별천지를 연상케 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야경이 아름다운 홍콩은 과거 `영국령 홍콩`이었으나 1997년 6월 30일 자정부터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뒤 현재는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SAR:Special Administrative Region)로 바뀌었다.

중국 남부 지역 인구 7000명 정도의 작은 섬으로 시작한 홍콩은 주도인 홍콩 섬의 빅토리아시, 주장강 하구의 동쪽 연안에 있는 홍콩 섬과 구룡반도(九龍半島) 및 그 밖의 섬들로 이루어진 인구 700만명의 도시다.

`향나무가 많은 항구(香港)`라는 뜻을 가진 홍콩이 지금의 세계사에 등장한 것은 영국과 중국의 아편전쟁(1840~1842년)을 통해 영국 식민지로 세계적인 `무역과 금융`의 도시로 발전하면서다. 19세기 말 영국은 아시아 진출을 위한 거점도시가 필요해 의도적으로 중국과 아편전쟁을 일으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다음 난징조약(1842년 8월)을 체결한다. 그 후 영국은 베이징조약과 청일 전쟁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홍콩을 할양 받은 후 홍콩을 99년간 지배하면서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로 성장시켰다.

유니온 잭(영국 국기)이 들어간 국기 대신 붉은 오성기가 하늘에 휘날리고 있는 지금의 홍콩은 경제적인 면에서는 과거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지만 야경만큼은 반환 전보다 화려함이 다소 줄어든 느낌이다.

해질 무렵이면 도시 곳곳에 흩어져 홍콩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던 여행자들이 야경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빅토리아 피크나 페리 선착장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홍콩 야경의 진수를 볼 수 있는 두 곳은 밤이 깊어질수록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인산인해를 이루며 네온사인에서 뻗어 나오는 강한 빛의 유혹에 빠져든다.

1백만달러짜리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은 어둠이 완전히 도시를 삼켜 버리기를 기다리며 고층빌딩에서 쏟아내는 네온사인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운다. 선착장 맞은 편에 걸려 있는 화려한 고층빌딩에서 제각기 다른 빛을 내는 순간 한 장의 엽서처럼 잘 정돈되고 깨끗한 도시의 이미지가 또 다른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더위를 식히며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네온사인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한낮에 쌓인 피로가 한 방에 사라지는 듯하다. 물론 선착장에서 바라보는 야경도 아름답지만 홍콩에서 가장 높은 554ｍ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와 높은 빌딩의 스카이라인과 푸른 바다 그리고 활력으로 가득 찬 도시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면 입에서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아! 이것이 진정한 야경이구나!

빅토리아 피크는 홍콩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낮에도 많은 여행자들이 홍콩 시내를 보기 위해 찾는다. 단지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것 이외에도 1888년 스타 페리와 함께 개통한 `피크 트램`을 타고 정상까지 올라오는 재미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경사가 급한 산을 트램을 타고 올라오면 음악분수, 쇼핑가, 레스토랑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낮에 올라와 야경을 볼 때까지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히 2층에 자리하고 있는 재즈 레스토랑 창가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아름다운 석양과 화려한 야경을 감상한다면 홍콩에서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된다.

△가는 길＝한국에서 홍콩까지 가는 직항편은 많다.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캐세이패시픽항공 등에서 인천~홍콩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3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