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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리아] 영혼을 빨아들이는 신비의 나라
자연·문화 어우러진 동유럽 휴양지

 

벨리코 투르노보에서 가장 유명한 차레베츠성.
눈을 감고 불가리아에 대해 아는 걸 떠올려 보자. 국내에서 인기 있는 요구르트 브랜드 덕분인지 먼저 요구르트가 떠오른다. 그 다음엔 장미. 좀 더 생각해보면 발칸반도 어디쯤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이보다 구체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그렇더라도 `Yes`라고 말할 때 고개를 젓고, `No`라고 할 때 고개를 끄덕이는 특이한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아는 정도다. 거기가 끝이다.

부여족이 건너가서 불가리아를 세웠다는 설(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이 있고, 그들도 우리처럼 몽고반점이 있지만 불가리아는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우리에게 먼 나라다. 500년간 오스만 터키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1989년 민주화를 이루기까지 40여 년간 러시아 통치를 받다 보니 수수께끼의 나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일수록, 낯선 곳일수록 여행자 마음은 동하는 법이다.

먼저 지도에서 불가리아를 찾아보자. 발칸반도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북쪽으로 루마니아, 남쪽으로 그리스ㆍ터키, 서쪽으로 마케도니아ㆍ세르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동쪽으로는 흑해(Black Sea)가 넘실거린다. 지리적 입지에서 짐작할 수 있듯 불가리아의 가장 큰 자산은 `히스토리`다. 오랜 역사가 변주해내는 뜨겁고도 곡절 많은 이야기.

올해는 한국과 불가리아가 수교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불가리아 정부는 한국 관광객을 위한 상품 개발을 위해 한ㆍ불가리아 경제협력위원회 주관으로 국내 7개 여행사 대표와 임원 등을 초청했다. 기자는 이들과 동행해 일단 대한항공으로 인천에서 터키 이스탄불까지 날아갔다. 도착하던 날 밤 대형 버스를 갈아타고 국경을 넘으면서 시작된 여행은 나흘간 동쪽 해안 부르가스에서 남부에 있는 플로브디브까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불가리아를 한 바퀴를 돌고 끝이 났다. 포모리에, 네세바르, 바르나, 벨리코투르노보, 카잔락, 소피아 등 주요도시를 다 들르면서 `온전히` 불가리아를 체험했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는 5개 도시를 소개한다.

◆ 7000년 역사를 간직한 소피아

 플로브디프 로마 원형극장.
= 소피아, 마치 우아한 여성 이름 같다. 불가리아 수도 이름인 소피아는 고대 그리이스어로 `지혜`를 뜻하는 말이다. 북쪽으로는 발칸산맥이, 남쪽으로는 비코샤산이 자리 잡고 있는 소피아는 70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오랜 역사가 말해주듯 이 도시에선 구석구석에서 오래된 유물들과 만날 수 있다. 지하철 공사 도중 유적이 발굴돼도 그대로 공사를 진행해 역 한켠에 유적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가 하면, 심지어 호텔을 짓다가 발굴된 유적을 인테리어처럼 활용한 곳도 있다.

이슬람사원, 그리스 정교사원뿐 아니라 과거 공산주의 체제 당시 잔재인 `9월9일 광장, 레닌광장` 등이 공존해 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소피아 시내에서 가장 먼저 띄는 건물은 `알렉산데르 네브스키 교회`. 소피아의 심벌이기도 한 이 건물 이름은 러시아 영웅 이름과 같다. 러시아와 투르크 간 전쟁에서 죽은 러시아 병사들 혼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이 교회는 햇빛을 받으면 황금빛을 뿜어대는 돔이 12개나 된다. 내부 벽화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는 입을 딱 벌어지게 한다.

에메랄드빛 첨탑이 인상적인 성 니콜라스 정교회, 4세기 동로마 제국에 의해 세워진 성게오르기 교회도 오랜 역사의 흔적을 느끼게 해준다. 시간을 잘 맞추면 대통령궁 앞에서 근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다.

◆ 중세도시, 벨리코 투르노보

=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 산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는 뾰족한 성당… 동화 속 나라 어딘가에 와 있지 않나 눈을 의심하게 된다. 중세시대 불가리아 왕국 수도였던 벨리코 투르노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벨리코 투르노보는 북중부 도시로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차르 22명이 거주했다는 왕궁터가 있어 `차르(Tsarsㆍ러시아 황제)의 도시`로 일컬어지는 이곳은 얀트리강을 끼고 3개 언덕에 위치해 있다. 가장 유명한 차레베츠 성은 트라키아인과 로마인 정착지로 12세기 초 비잔틴제국 시대에 요새화되었다가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 점령당했다. 현재도 유적 발굴이 진행 중이다. 성 입구에는 차레베츠 성 문장이 새겨진 방패에 앞발을 얹고 있는 사자상이 떡 버티고 있다. 언덕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을 빙둘러 성채가 서서 천혜의 요새를 더 요새답게 한다.

차레베츠 성 정상에 다다르자 `성모승천 대주교 성당`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성당 내부에는 현대 작가 테오판 소케로프가 그린 성화가 있다.

어둠이 내리면 차레베츠 성에서는 레이저 쇼가 펼쳐진다. 차레베츠성 주력 관광상품이다. `Sound and light`라고 이름 붙여진 이 쇼는 색색깔 레이저가 뿜어지면서 종소리와 구슬픈 불가리아 민속음악이 뒤섞인다.

◆ 장미의 계곡, 카잔락

벨리코 투르노보 차레베츠성에서 내려다 본 마을 전경.
= 현지 가이드인 일리야 일리예프에게 "당신 생각에 불가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그는 `장미의 계곡`을 꼽았다. 장미는 불가리아의 상징이다. 장미의 도시 카잔락은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장미오일 중 70~80%를 생산하고 있다. 카잔락에서 장미를 재배한 역사는 300년에 이른다. 해가 뜨면 향기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해뜨기 전 새벽에 꽃을 딴다. 장미오일 1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장미가 무려 3000송이나 필요하다.

매년 장미꽃이 만발한 6월 장미축제가 열린다. 축제기간에는 관광객들로 발을 딛기 힘들 정도란다.

축제시즌을 놓친 터라 카잔락에 있는 장미산업박물관에 들렀다. 장미밭을 가꾸는 농기구와 바구니에서부터 장미를 증류하는 기기 등이 전시돼 있다. 60년 전에 사용했던 증류기기 뚜껑을 코에 대봤더니 아직도 진한 장미향이 풍겨 나왔다.

올해 장미축제에 다녀왔다는 전비호 불가리아 대사는 "일본 관광객만 많이 와서 서운했다. 한국 관광객이 오면 일일이 악수하면서 안내할 테니 많이만 와 달라"고 했다.

불가리아의 또 다른 상징인 요구르트는 BC4000년께 트라키아인들이 먹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생물학자인 메치니코프 박사의 연구로 불가리아인들 장수와 요구르트 간 상관관계가 입증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내 업체 바이탈푸드가 불가리아 최대 유산균 회사인 켄디 측에서 수입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불가리아 요구르트를 맛볼 수 있다.

◆ 과거가 숨 쉬는 플로브디프

= 소피아 남동쪽으로 125㎞ 떨어진 플로브디프. 이 지방은 로마보다도 오래된 도시다. 그래서인지 골목마다 과거가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분홍, 갈색, 노랑 등 원색의 화려한 집들이 즐비하다. 언덕절벽에 다다르자 로마시대 부활을 보는 듯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로마시대인 2세기께 건축한 로마 원형극장이다. 필립포포리스 극장. 질곡의 역사를 관통해 2000년 세월을 견뎌온 건물답게 당당함이 느껴진다. 지금도 오페라 등 다양한 공연들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구시가지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오면 드주마야 광장이 나온다. 골동품이 쏟아져나오는 벼룩시장이 열리고, 그림을 파는 상인들이 늘어서 도시 오후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있었다.

◆ 흑해의 도시, 네세바르

= 흑해연안에 있는 네세바르는 날선 파도의 공격에도 상처 입지 않은 작은 도시다. 네세바르는 불가리아 본토와 좁고 긴 땅으로 연결돼 있을 뿐 도시 전체가 흑해에 둘러싸여 있는 일종의 섬이다.

불가리아가 갖고 있는 또 다른 자산 중 하나가 바로 흑해다. 15~16세기에 오스만투르크가 연안지역을 정복하고 투르크의 바다가 되었을 때부터 `흑해`라고 불리게 됐다.

네세바르는 트라키아인들이 BC3000년에 만든 곳으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5000년 역사는 이 도시에서 다양한 빛깔의 스펙트럼을 만들어낸다. 성 스테판 처치, 성 소피아 바실리카 등 10세기에 만든 9개 교회는 이 도시를 더 옛스럽게 하는 유적들이다.

부르가스, 포모리에 등 흑해 인근 도시는 최근 스파 시설을 갖춘 고급 리조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휴양 웰빙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 불가리아! 어떻게 갈까

한국에서 바로 가는 직항편은 없지만 발칸 불가리안 에어라인(Balkan Air)을 비롯한 많은 항공사들이 불가리아 소피아까지 운항하고 있다.

시간을 절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으로 프랑크푸르트까지 간 후 거기서 루프트한자를 이용해 소피아까지 가는 것이다. 대한항공을 이용하면 프랑크푸르트에 오후 5시 45분에 도착하고 오후 7시 45분에 출발하는 루프트한자가 있어서 커넥션 타임이 2시간밖에 안 된다.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11시간45분, 프랑크푸르트에서 소피아까지 2시간15분이 소요된다.

이스탄불을 경유해 소피아까지 가는 방법도 있으나 당일 비행 스케줄이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루 동안 이스탄불을 구경한 뒤 넘어간다면 괜찮다. 이스탄불까지 11시간15분이 소요되고, 이스탄불에서 소피아까지 2시간45분이 걸린다.

※협찬=대한항공

※사진제공=블로그 올리브나무가 있는 풍경 limmok405/blog.me

[불가리아 = 심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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