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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아이거 북벽' 을 보며 걷는 즐거움 = 융프라우

 

 산악자전거를 타고 하이킹 코스를 오르는 모습

요즘은 걷기여행(트레킹 또는 노르딕워킹)이 대세다. 걷기여행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에코 투어리즘의 범주에 속한다. 편하게 자연 속을 거니는 것 자체가 여행자들의 마음과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천천히 걸으면서 수시로 변하는 자연의 조화를 느낄 수 있고, 길가에 핀 작은 풀꽃에도 애정을 보낼 수 있다.

자연을 찾아가는 여행인 만큼 준비해야 할 것도 그리 많지 않다. 안전한 보행과 건강에 도움을 주는 `노르딕 폴`만 있으면 된다. 물론 악천후에 대비한 방풍옷과 등산화, 식수 등은 필수다. 그리고 편안하게 자연 속에 몸과 마음을 맡기면 된다. 걷기여행은 몸과 마음이 온전히 하나가 되어 자연과 동화되었을 때 그 만족도가 크다. 비가 온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날씨가 흐려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해서 짜증을 내거나, 걷는 길이 불편하다고 해서 투정을 부려서도 안 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진정한 자연을 만날 수 없다. 말 그대로 `자연은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스위스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지니고 있는 나라다. 스위스하면 금세 떠오르는 이미지는 `알프스`다. 그 알프스를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여행자가 스위스를 찾아온다.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산간마을과 만년설, 평화롭게 풀을 뜯는 젖소들, 자연과 더불어 여유롭게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은 자연을 그리워하는 현대인들에게 또 다른 동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스위스 알프스를 대표하는 명소는 연평균 약 600만명이 찾아오는 융프라우다. 1년 내내 머리에 새하얀 관을 쓰고 있는 융프라우는 마치 신앙의 대상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2002년에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유네스코 총회가 열렸다. 이 총회에서 스위스의 융프라우와 알레치 빙하가 세계자연유산으로 확정되었다. 이로써 세계적으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융프라우와 알레치 빙하는 날이 갈수록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최근 들어 융프라우 지역이 많은 관심을 모으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세계적인 걷기 열풍 때문이다. 융프라우 일대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하이킹 코스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개개인 취향과 난이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하이킹 코스가 무려 70여 개나 있다. 그리고 코스 곳곳에는 난이도와 함께 다음 목적지까지의 거리와 소요 시간 등이 적힌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가히 `하이킹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융프라우 지역의 권할 만한 하이킹 코스는 지난 6월에 새롭게 정비해서 선을 보인 `아이거 워크`다. 융프라우 요흐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오다가 아이거 글래시어역에 내려서 클라이네 샤이덱까지 걸어 내려오는 코스다. 융프라우와 아이거를 뒤에 두고 내려오는 이 코스는 하이킹 초보자들에게 `내려가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천천히 걸어도 1시간 정도면 클라이네 샤이덱에 도착할 수 있다.

`아이거 워크`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악명 높은 아이거 북벽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코스다. 마터호른(4478m), 그랑드조라스(4208m) 등과 함께 `알프스 3대 북벽` 가운데 하나인 아이거(3970m)는 그동안 60명이 넘는 산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아이거 워크"에서 바라본 클라이네 샤이덱

직벽에 가까운 아이거 북벽은 그 길이만 1800m에 이른다. 알프스 3대 북벽 가운데 제일 마지막에 정상을 허락했을 정도로 등반하기에 힘든 루트다. 아이거 북벽은 1938년 독일과 오스트리아 연합 등반대에 의해 처음 정복되었다. 우리나라 산악인(윤대표, 허욱)은 1979년에 처음으로 아이거 북벽 등정에 성공했다. 그래서 클라이네 샤이덱의 한 호텔 앞에서는 태극기가 자랑스럽게 휘날리고 있다. 이곳에는 아이거 북벽 등정에 성공한 나라의 국기만 게양할 수 있다.

아이거 워크 코스를 걸은 다음에는 클라이네 샤이덱 아래 마을인 그린델발트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 좋다. 아이거 북벽을 병풍처럼 끼고 있는 그린델발트는 악명 높은 아이거 북벽과는 달리 평온하고 아름다운 산간마을이다. 만년설과 멋진 조화를 이루는 마을 주변에는 알프스를 동경하는 사람들이 꿈에도 그리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오래전부터 전문 산악인들은 물론 일반 여행자들도 많이 찾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이름이 높은 곳이다.



△가는 길=대한항공에서 인천~취리히 구간 직항편을 주 3회(화ㆍ목ㆍ일요일)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약 14시간 정도. 취리히 공항역에서 베른까지는 기차로 약 1시간 15분, 베른에서 인터라켄까지는 기차로 약 50분이 소요된다.

※취재협조=융프라우철도회사

www.jungfrau.ch

[글ㆍ사진 = 송일봉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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