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수도인 베른은 매력 만점 여행지다. `알프스`로 대변되는 스위스의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스위스 참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른은 스위스의 많은 도시 가운데서도 가장 스위스다운 도시로 손꼽힌다. 현재 스위스에는 베른 구시가지를 비롯한 세계문화유산 4개와 세계자연유산 2개가 있다. 이 가운데 뮤스케어 계곡에 있는 성 요한 베네딕트회 수도원과 스위스 바로크 건축 걸작품인 상트갈렌 수도원은 베른 구시가지와 함께 1983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티치노주 주도인 벨린초나에 있는 3개의 성과 성벽은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인 융프라우의 알레치 빙하는 2001년에 세계자연유산이 되었다. 2003년에는 루가노 호수 남쪽에 위치한 조르지오산의 울창한 숲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지리적으로 스위스 중심부에 위치한 베른의 별명은 `곰의 도시`다. 도시 상징물이 곰이고, 베른이라는 도시 이름도 `곰(Baren)`에서 따왔다. 이 같은 연유로 베른주 깃발에는 곰이 그려져 있다.

베른은 아레강에 둘러싸인 구시가지에 대부분 명소들이 밀집되어 있다. 따라서 여행자들은 그리 힘들이지 않고 2~3시간 안에 주요 명소들을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다. 게다가 베른 중앙역에서 구시가지까지는 약 6㎞ 아케이드로 이어져 있어 비가 오거나 눈이 오더라도 보행에 큰 불편을 주지 않는다. 16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이 아케이드는 베른을 상징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베른을 찾아오는 대부분 여행자들은 가장 먼저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탑인 시계탑을 보고 싶어한다. 12세기 무렵 베른 구시가지가 처음 만들어질 때 성 안과 성 밖을 구분하는 성문이 있었는데, 1530년 무렵 이 성문 위에 설치한 시계가 지금도 잘 작동하고 있다. 매시 57분에 작동되는 시계 옆 특수장치(인형)는 베른의 색다른 볼거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베른 중앙역 근처에 있는 베른 미술관은 스위스 화가인 호들러를 비롯해 쿠르베, 샤갈, 세잔, 마티스, 피카소, 칸딘스키 등과 같은 거장들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베른 미술관은 `근대미술 거장`인 파울 클레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2005년 파울클레센터가 완공되면서 베른 미술관에 있던 클레 작품 상당수가 옮겨가긴 했지만 그의 특징적인 걸작들은 여전히 베른 미술관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베른 구시가지 모제분수 근처에는 아인슈타인 집과 대사원이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아인슈타인은 1903년부터 1905년까지 베른에 머물며 `상대성 원리` 이론을 완성했다. 현재 그가 살던 집은 자그마한 기념관으로 꾸며져 있다. 후기 고딕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대사원은 스위스에서 가장 키가 큰 교회로 유명하다. 본래 교회 건물은 16세기 중엽에 완공되었으나 19세기 이르러 약 100m 높이 첨탑이 교회 위에 세워졌다. 교회 내부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파이프오르간 등과 함께 정면에 234명 군상으로 장식된 `최후의 심판` 릴리프가 유명하다.

베른 구시가지 남쪽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밀집된 헬베티아 광장이 있다. 이 광장을 끼고 산악박물관과 우편박물관, 미술 홀, 역사박물관 등이 있으며 역사박물관 뒤쪽에는 자연사박물관이 있다. 산악박물관에는 알프스와 관련된 다양한 산악 장비와 베르너 오버란트 모형 등이, 우편박물관에는 세계적으로 귀중한 우표들과 우편 마차, 말 썰매 등이 전시되어 있다.

베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유난히 분수가 눈에 많이 띈다. 그것도 예술적인 감각이 매우 뛰어난 데다 역사적인 체취가 물씬 풍기는 것들이라 여행자들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베른에는 독특한 분수 11개가 있는데 대부분 1500~1700년대 무렵에 만들어진 것이다. 베른 중앙역에서 성령교회를 지나 아케이드를 따라 슈피탈 거리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재미있는 분수를 하나 만나게 된다. `파이프 부는 사람의 분수`라는 근사한 이름이 붙은 이 분수는 `식인 괴물 분수`와 함께 베른에서 가장 대표적인 분수로 손꼽힌다. 이 밖에도 베른 구시가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안나자일러 분수, 정의의 여신 분수, 모제 분수, 체링거 분수, 심손 분수 등을 만날 수 있다.

파이프 부는 사람의 분수에서 구시가지를 향해 조금 더 걸어가면 베른 중심지인 베른 광장이 나타난다. 이곳은 근처의 바이젠하우스 광장, 분데스 광장 등과 함께 늘 많은 사람으로 붐비며 해마다 11월 넷째 월요일에 치베레메리트(양파시장)가 열릴 때는 빼곡하게 포장마차들이 들어서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베른 양파시장은 1405년에 있었던 베른 대화재 때 도움을 준 이웃 마을 농민들에게 농작물을 판매할 권리를 준 것에서 유래되었다.

`로젠가르텐`이라 불리는 장미공원은 베른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보기에 좋은 명소다. 구시가지에서 니데크 다리를 건너 언덕을 올라가면 예쁘게 꾸며진 장미공원이 나타난다. 장미 200여 종과 아이리스, 철쭉, 벚꽃 등이 피어나 철마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공원이다.



△가는 길＝대한항공에서 인천~취리히 구간 직항편을 주 3회(화ㆍ목ㆍ토요일) 운항한다. 비행 시간은 14시간 정도. 취리히 공항역에서 베른까지는 기차로 약 1시간 15분이 소요된다.

[글 = 송일봉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