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각 지역에 따라 자연 문화 음식 축제 등과 같은 특색 있는 매력을 고루 갖춘 나라다. 일본을 이루는 네 개의 큰 섬 가운데 하나인 규슈 역시 다양한 자연환경을 관광자원으로 잘 개발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규슈는 지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일본의 다른 지방보다 일찍 유럽과 아시아 대륙의 문화를 받아들였다. 이를 증명하는 각종 문화재와 사적들이 지금도 규슈 곳곳에 많이 남아 있다.
후쿠오카가 있는 규슈의 북부 지역은 일본의 예스러움과 현대적인 면이 조화를 이루고, 중부 지역은 아소산을 중심으로 하는 화산지대가 형성돼 있으며, 가고시마와 미야자키가 있는 남부 지역은 일본의 탄생 신화를 비롯한 고유 풍속을 잘 간직하고 있다.
◆ 규슈의 관문, 후쿠오카
규슈의 가장 대표적인 도시인 후쿠오카는 일본에서 일곱 번째 큰 도시로 규슈 지방의 행정ㆍ경제ㆍ문화 중심지다. 본래 상업 중심지인 `하카타`와 성곽 도시인 `후쿠오카`로 나뉘었으나 1889년에 `후쿠오카`로 병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하카타`라는 옛 지명은 건물 이름이라든가 상점 이름 등에 계속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하카타 지역은 규슈 지방의 상업과 무역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에도 시대 때 구로다 장군이 통치했던 후쿠오카 지역은 일본 서부 지역의 정치적 중심지로 확고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후쿠오카 미술관은 오호리 공원의 남동쪽 호숫가에 자리 잡고 있는 현대식 미술관으로 서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시장은 상설 전시실을 비롯해 특별 전시실, 시민 갤러리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야외에서는 주로 신예 작가들의 조각품이 전시되고 있다.
현재 이 미술관은 국보인 금인(金印), 구로다케에 전해 내려오는 서화 등과 같은 귀중품을 비롯해 향토 작가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나가사키는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배어 있는 낭만적인 곳이다. 1571년에 개항한 나가사키항은 일본이 철저하게 쇄국정치를 펼치던 에도 시대에도 포르투갈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미국 등으로부터 유일하게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던 곳이다.
그래서 도시 곳곳에서는 지금도 동양과 서양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축제가 많이 열리고 있으며 개항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건축물 문화재 공예품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살았던 지역에 남아 있는 서양식 목조 건물이라든가 영국인 무역상들이 거주하던 그라바소노,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천주교회당인 오우라 천주당, 1945년에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지점에 있는 평화공원 등은 나가사키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손꼽힌다.
나가사키 근교에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운젠국립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나가사키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가장 유명한 운젠다케를 비롯해 후겐 묘겐 노다케 등과 같은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봉우리들이 저마다의 독특함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이 일대는 오래전부터 온천 여행지로 각광을 받던 곳. 운젠다케 남서쪽 기슭의 해발 700m 지점에 크고 작은 온천이 밀집돼 있다.
◆ 고즈넉한 여행지, 구마모토
규슈의 가장 남쪽 끝에 자리한 가고시마 곳곳에서는 메이지 유신 때 활약했던 이 고장 출신 인재들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다. 게다가 가고시마는 일본에서 가장 먼저 기독교가 전파된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번화가인 천문관 거리 근처에서는 일본에 기독교를 전파한 프란시스 사비에르와 관련된 유물과 유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소테이엔은 가고시마역에서 버스로 약 25분 거리에 위치한 정원으로, 일명 `센강엔`이라 불린다. 일본식 정원으로는 독특하게 자연미를 최대한 살려서 꾸며 놓았는데 정원 뒤로는 호젓한 산길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예쁜 꽃과 예술적 가치가 높은 오래된 소나무들이 정원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쓰루마루 성터는 가고시마역 근처에 위치한 옛 성터로, 성의 형태가 마치 날개를 펼친 학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쓰루마루성`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오랜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돌담과 일종의 성곽 보호시설인 해자 등이 남아 있으며, 성 안에는 역사자료센터 미술관 도서관 등이 들어서 있다.
지리적으로 규슈의 중심부에 위치한 구마모토는 규슈의 동과 서, 남과 북을 연결하는 교통 중심지다. 이 같은 지리적 장점은 아소산, 구마모토성, 스이젠지공원 등과 함께 오래전부터 전통 있는 관광지로 발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들어서는 고층 빌딩과 넓은 도로를 갖추면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관광지로서의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구마모토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곳곳에서 여유로움과 한적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시내 중심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금세 전형적인 일본의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자연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구마모토에서는 굳이 바쁘게 서두르지 않아도 하루 또는 이틀이면 주요 관광 명소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구마모토를 대표하는 상징물인 구마모토성은 시내 중심가의 구마모토 교통센터에서 걸어서 10분이면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성곽 둘레가 약 9㎞에 이르는 구마모토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밑에서 공을 세운 무사였던 가토 기요마사에 의해 1607년 축성됐다.
성을 쌓는 데 1601년부터 7년이 소요됐으며 나고야성, 오사카성 등과 함께 `일본의 3대 성`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글ㆍ사진 = 송일봉ㆍ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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