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여행자들에게 은은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심어주는 여행지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밀림과 오지들이 있는가 하면 오직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야생동물들이 수두룩하게 서식하고 있는 까닭이다. 바닷가를 따라 점점이 이어져 있는 크고 작은 도시들 역시 모두 제각각의 색깔로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호주의 여러 도시들 가운데는 영국의 영향을 받은 이른바 `영국풍 도시`들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남호주의 주도인 애들레이드는 유난히 영국적인 색채를 많이 띠고 있다.
호주의 색다른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인 남호주는 동쪽으로 뉴사우스웨일즈, 서쪽으로 서호주, 북쪽으로 노던테리토리, 북동쪽으로 퀸즐랜드와 맞닿아 있다. 남쪽으로는 남극해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이 같은 지리적 장점으로 인해 남호주는 오래전부터 호주여행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호주가 자랑하는 장거리 열차인 `더 간`과 `인디언 퍼시픽`도 남호주의 주도인 애들레이드를 경유하고 있다.
남호주는 호주의 다른 지역에 비해 관광객들이 대규모로 밀려오는 여행지는 아니다. 하지만 자연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고 동식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지다. 남호주는 `오염되지 않은 생태계`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곳이다. 원시상태의 밀림과 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평화롭게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들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 크고 작은 축제 많이 열리는 문화도시
= 남호주의 관문역할을 하는 애들레이드는 호주의 유명도시들과는 달리 일반여행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은 아니다. 이른바 `생태계의 보고`라 일컬어지는 캥거루섬을 찾아가는 사람들이나 한적하게 이국적 정취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간간이 이어지는 도시다. 그런 만큼 애들레이드 시내 곳곳에서는 왠지 모를 여유로움과 품위가 느껴진다. 견고한 석조 건축물들과 세련된 현대 건축물, 울창한 숲, 그리고 곳곳에 조성된 크고 작은 공원과 분수들은 여행자들 마음을 한결 따뜻하게 만든다.
애들레이드는 호주에서도 손꼽히는 축제의 도시다. 1년 내내 거의 끊이지 않고 크고 작은 축제들이 열리고 있다. 애들레이드에서 열리는 수많은 축제 가운데서도 2년마다 열리는 `애들레이드 아트 페스티벌`은 남호주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축제다. 공식 공연 외에 애들레이드 시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펼쳐지는 프린지 공연은 그 자체가 훌륭한 문화상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을 정도다.
애들레이드는 토렌스 강에 의해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다. 토렌스 강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축물은 페스티벌 센터다. 1960년부터 짝수 해마다 열리는 `애들레이드 아트 페스티벌`의 주 행사장으로 널리 알려진 명소다. 이 같은 상징성으로 인해 애들레이드는 여행자들 사이에 `페스티벌 시티`라 불리고 있으며 그 중심에 페스티벌 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애들레이드는 시내 중심가의 도로가 마치 바둑판처럼 질서정연하게 뻗어 있다. 그 한가운데 교통의 중심지이자 만남의 장소인 빅토리아 광장이 자리 잡고 있다. 빅토리아 광장은 애들레이드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트램이 출발하는 지점이다. 물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버스인 `비 라인`과 주요 시내버스도 이곳을 경유하고 있다. 근처에는 시청, 우체국, 대법원, 버스터미널 등이 있다.
애들레이드 기차역 앞을 가로지르는 거리는 노스 테라스다. 이곳은 옛 수상인 헨리 에어즈의 관저인 에어즈 하우스를 비롯해 박물관, 미술관, 애들레이드 대학 등이 있는 문화의 거리다. 노스 테라스 다음 거리인 런들 스트리트는 애들레이드의 대표적인 쇼핑가로 특히 거리 중간쯤에 있는 런들 몰 주변이 늘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이 일대에는 백화점과 카페 등이 밀집되어 있다.
애들레이드 시내 중심가의 북동쪽 끄트머리에는 토렌스 강을 끼고 식물원과 동물원이 자리 잡고 있다. 약 20㏊ 규모의 식물원에서는 피라미드 형태의 커다란 온실이 눈길을 끌며, 동물원에서는 호주의 토종 동물들을 포함해 모두 1500여 종에 이르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생태낙원, 캥거루섬
애들레이드에서 경비행기 또는 페리를 타고 찾아갈 수 있는 캥거루섬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에코투어 여행지다. 1802년 탐험가 매튜 플린더스에 의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으며 섬 곳곳에 드넓은 초원과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다. 캥거루섬의 원시림 대부분은 국립공원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명소는 이른바 `야생 동물의 낙원`이라 불리는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이다.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에서는 야생 상태에서 보호되고 있는 캥거루, 코알라, 왈라비 등과 같은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들을 조심스럽게 관찰할 수 있다. 플린더스 체이스 국립공원에서 야생 상태의 동물들을 만나는 일은 평생 잊지 못할 매우 감동적이고 가슴 찡한 경험이다. 하지만 이들 야생 동물을 무턱대고 찾아 나설 수는 없는 일. 이들 동물을 만나려면 반드시 전문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특별히 교육된 전문 가이드들은 일반적으로 10명 내외의 소수 인원들과 함께 직접 숲이나 강, 바닷가 등을 찾아가 조심스럽게 야생 동물들을 관찰한다.
플린더스 국립공원의 주인은 야생 동물들이다. 따라서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그들의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필요가 있다. 출입이 허용된 지역이라 할지라도 지정된 통로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숲속을 걸을 때도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좋다.
캥거루 섬에서 가장 이색적인 곳은 `실 베이`다. 이름 그대로 바다사자들이 서식하고 있는 곳으로 야생 상태의 바다사자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관광명소다. 캥거루 섬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실 베이는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문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야만 출입할 수 있다.
● 애들레이드! 어떻게 갈까
인천~시드니 구간 직항편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운항하고 있다. 비행 소요시간은 약 10시간 정도. 시드니에서 애들레이드까지는 콴타스항공 국내선으로 약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글ㆍ사진 = 송일봉ㆍ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