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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베른, 고즈넉한 중세풍 도시에 빠져들다

구시가지 입구
여행은 추억이다. 오래된 문화유적지를 돌아보는 여행도, 멋진 남국에서의 달콤한 휴식도, 밀림이나 사막지대에서의 힘든 여행도 모두 추억이다. 좋은 여행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반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목적지가 중요하다. 보다 다양한 볼거리와 얘깃거리가 있는 곳이라면 좋을텐데….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스위스는 여행의 즐거움을 만들어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나라다. 아름다운 자연과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다. 

◆ 삼면이 강물에 둘러싸인 `곰의 도시` 

아레 강변의 고풍스런 주택가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은 누구나 자신만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에 좋은 도시다. 특히 `사랑의 추억`을 만들기에 제격이다. 중세풍의 고즈넉한 골목길을 함께 걷고, 노천카페에 앉아 향기로운 차를 함께 마시다보면 누구라도 멋진 사랑의 추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베른은 스위스의 많은 도시 가운데 가장 스위스다운 도시로 손꼽힌다. 현대화되고 휴양지로 변한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스위스의 전통미를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 1191년 체링엔 가문에 의해 조성된 구시가지는 현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지리적으로 스위스의 중심부에 위치한 베른은 `곰의 도시`로 불리기도 한다. 도시의 상징물이 곰이고, `베른`이라는 도시 이름도 `곰(Baren)`에서 따왔다. 베른주의 깃발에도 곰이 그려져 있다. 베른 시내 외곽에는 소공원으로 꾸며진 곰 공원이 있으며, 베른을 찾아온 관광객들은 누구나 한 번쯤 이곳을 찾는다. 베른을 상징하는 동물이 곰이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얘기가 있으나 먼 옛날 체링엔 공이 사냥에 나섰다가 처음 잡은 동물이 곰이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아레 강에 의해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베른은 정치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1848년에 연방정부가 수립된 이후로 줄곧 스위스 수도의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아울러 전체 인구의 4분의 1가량이 연방정부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을 정도로 공무원들이 많으며, 스위스의 전통적인 모습을 잘 간직한 중세풍의 도시답게 숲과 공원도 많다. 도심 속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곧바로 울창한 숲과 연결될 정도다. 

베른은 아레 강에 둘러싸인 구시가지에 대부분의 명소와 유적지들이 밀집되어 있다. 따라서 여행자들은 그리 힘들이지 않고 2~3시간 안에 주요 명소들을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다. 게다가 베른 중앙역에서 구시가지까지는 약 6㎞의 아케이드로 이어져 있어 비가 오거나 눈이 오더라도 걸어 다니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다. 16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이 아케이드 역시 베른을 상징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현재 유럽에서 가장 긴 석조 아케이드로 손꼽힌다. 

일반적으로 베른을 찾아오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가장 먼저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탑인 시계탑을 보고 싶어한다. 베른 구시가지가 처음 만들어질 때 성 안과 성 밖을 구분하는 성문이 있었는데 1530년 무렵 이 성문 위에 설치한 시계가 지금도 잘 작동하고 있다. 매시 57분에 작동되는 시계 옆 특수장치(인형)는 베른의 색다른 볼거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 구시가지 곳곳에 각기 다른 분수들 많아 

베른의 명물인 시계탑

베른은 구시가지의 고풍스런 중세풍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지만 눈썰미 좋은 여행자들은 시내 곳곳에 있는 분수들에도 큰 관심을 보인다. 베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유난히 분수가 눈에 많이 띈다. 그것도 예술적인 감각이 매우 뛰어난 데다 역사적인 체취가 물씬 풍기는 것들이라 여행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베른에는 11개의 독특한 분수가 있다. 대부분 1500~1700년대 무렵에 만들어진 것이다. 베른 중앙역에서 성령교회를 지나 아케이드를 따라 슈피탈 거리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재미있는 분수를 하나 만나게 된다. `파이프를 부는 사람의 분수`라는 근사한 이름이 붙은 이 분수는 `식인 괴물 분수`와 함께 베른의 가장 대표적인 분수로 손꼽힌다. 이 밖에도 베른 구시가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안나자일러 분수, 정의의 여신 분수, 모제 분수, 체링거 분수, 심손 분수 등을 만날 수 있다. 

`파이프를 부는 사람의 분수`에서 구시가지를 향해 조금 더 걸어가면 베른의 중심지인 베른 광장이 나타난다. 이곳은 근처의 바이젠하우스 광장, 분데스 광장 등과 함께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비며, 해마다 11월 넷째 월요일에 치베레메리트(양파시장)가 열릴 때는 빼곡하게 포장마차들이 들어서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베른의 양파시장은 1405년에 있었던 베른 대화재 때 도움을 준 이웃 마을 농민들에게 농작물을 판매할 권리를 준 것에서 유래되었다. 

△가는 길=대한항공에서 인천~취리히 구간 직항편을 주 3회 운항하고 있다. 비행시간은 14시간 정도. 취리히 공항역에서 베른까지는 기차로 약 1시간15분이 소요된다. 베른은 스위스의 주요 도시에서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로잔, 인터라켄, 루체른 등에서 베른으로 향하는 기차가 수시로 운행되고 있다. 로잔에서는 약 1시간20분, 인터라켄에서는 약 1시간10분, 루체른에서는 약 1시간40분이 소요된다. 



[글/사진 = 송일봉 여행작가]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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