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에서 로만티크 가도를 따라 달리다보면 뮌헨에 이르기 전에 마치 동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작은 도시, 아우크스부르크를 만나게 된다. 

도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이름에서 따온 2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천년 고도다. 

우아한 르네상스 건축물과 풍요로운 과거 유산을 간직한 아우크스부르크는 벨저와 푸거라는 부유한 두 상인 가문이 도시의 가로계획부터 웅장한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모습을 만들어나갔다. 

이탈리아 피렌체가 메디치 가문에 의해 찬란한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웠다면 아우크스부르크는 벨저 가문과 푸거 가문에 의해 중세의 가장 아름다운 문화의 도시로 발전했다. 

그중에서도 푸거 가문의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도시로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푸거 가문은 세계 최초로 가톨릭 신자만이 모여 사는 공동체를 이곳에 만들었고,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 바로크와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지 

도시 규모는 작지만 아우크스부르크는 `기독교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루터의 종교개혁이 이곳에서 시작됐고, 1555년에는 가톨릭과 기독교의 화해가 이뤄진 도시다. 

르네상스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어깨를 나란히 한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이 도시가 가진 중세의 고풍스러움과 귀족적인 품위가 한눈에 느껴진다. 독일에서도 건축의 도시로 명성을 날릴 만큼 구시가지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황홀하다. 도시 한가운데를 덜컹거리는 전차가 질주하고,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박석에서 중세 시대의 기품이 묻어난다. 

16세기 르네상스 문화의 정수를 누린 아우크스부르크는 건축, 음악, 회화 등이 발전해 독일에서 바로크와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지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것은 대부호 푸거 가문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도시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건축 양식은 르네상스풍이다. 주된 건축물로는 1615~1620년 사이에 지어진 시청사와 페를라흐 탑을 들 수 있다. 슈에츠라 궁에는 로코코 양식의 무도회장이 있고 성모마리아교회에는 아름다운 프레스코 벽화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가 남아 있다. 르네상스풍의 건물들 사이를 걸어다니며 여러 건물에 다양하게 새겨진 아우크스부르크의 상징, 솔방울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 도시 곳곳에 교회ㆍ성당ㆍ분수 산재 

17세기 건축가 엘리아스 홀에 의해 지어진 시청사

볼거리가 많은 이 도시에서 가장 이색적인 것은 교회와 성당, 그리고 분수다. 우선 종교혁명의 도시답게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교회들이 들어서 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교회는 `성 울리히`이다. 이곳은 높은 첨탑이 있는 가톨릭의 성당과 기독교의 교회 건물이 각각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신ㆍ구교가 함께 있는 진기한 교회인 셈이다. 

교회는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종교회의(루터 파의 신앙을 인정한 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우선 가톨릭의 성당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건축 양식을 가미해 호화롭게 지어진 후기 고딕 양식이 외관을 장식하고 있고, 내부에는 성 아프라와 성 울리히, 성 심퍼트의 무덤이 있다. 성당 바로 앞에 있는 개신교 교회에는 이 도시에서 가장 멋진 천장화가 그려져 있다. 

좀 더 오래되고 종교적 향기가 그윽한 성당을 찾는다면 성 울리히 교회에서 정반대 쪽에 위치한 `동정녀 마리아 대성당`으로 가야 한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 건물은 994~1065년에 지어진 것으로, 현재는 2개 탑을 비롯해 당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적인 요소가 남아 있다. 

성당은 1331~1431년에 고딕 양식으로 재건됐고 그때 측랑 2개, 성가대석과 회랑, 그리고 예배당의 종이 추가됐다. 여러 인물을 비유적으로 묘사한 35개 패널로 이루어진 로마네스크풍의 청동문과 1410년에 만들어진 스테인드글라스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성당이다. 

성 울리히와 마리아 대성당이 아우크스부르크의 종교적인 건축물을 대표한다면 아주 색다른 분수는 이 도시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아우크스부르크에 있는 3개의 멋진 분수는 도시 창건 1600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것으로 도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3개 계급을 상징한다. 아우크스부르크 분수는 지배계급을, 머큐리어스 분수는 상인계급을, 헤라클레스 분수는 장인계급을 각각 대표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트레비 분수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분수에 장식된 조각상은 훨씬 섬세하고 아름답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된 로만티크 가도에서 가장 눈부신 아우크스부르크는 로텐부르크나 딩켈스빌처럼 뾰족하고 짙은 오렌지색의 지붕은 온데간데없고, 르네상스풍의 세련되고 우아한 건축물들이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비록 기원전 15년에 로마인들에 의해 건설된 도시이지만 게르만인의 특유의 감성과 지혜가 녹아 있어 도시는 독일에서 가장 이색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는 길＝국적기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공항에서 독일의 관문, 프랑크푸르트까지 매일 운항한다. 소요 시간 11시간 남짓.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고속열차 ICE를 타면 아우크스부르크까지는 1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 

[글 / 사진 = 이태훈 여행 칼럼니스트] 


[매일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