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언제 찾아도 마음이 설레는 여행지다. 그만큼 프랑스 전역에 흩어져 있는 다양하고 개성 강한 문화유적지와 박물관, 미술관 등은 그 자체가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프랑스는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초겨울이 되어야 그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밝고 정열적인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들과는 달리 프랑스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왠지 쓸쓸함이 묻어난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에서 여행자들은 예술과 문학의 한 단면을 읽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외투 깃을 세우고 낙엽 쌓인 길을 걷는 연인들의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프랑스의 수많은 도시 가운데서도 여행자들의 마음을 가장 들뜨게 하는 도시는 파리다.
◆ 문학의 무대, 노트르담 성당
파리 시내를 유유히 흐르는 센강은 여행자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파리의 명물이다. 센강에 놓여진 많은 다리 가운데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빼놓지 않고 들르는 다리가 있다. 그 다리의 이름은 미라보. 바로 이 다리가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의 무대기 때문이다. 아폴리네르는 1912년에 `미라보 다리`가 실려 있는 시집 `알코올`을 발표했다. 시의 내용은 아폴리네르가 너무나도 사랑했던 한 여인과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담고 있다. 그 여인은 훗날 프랑스 미술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여류화가 마리 로랑생이다.
파리에는 미라보 다리 말고도 많은 소설가, 시인 등과 관련된 명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 가운데서도 노트르담 성당은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의 무대로 너무나도 유명하다. 이 소설은 1830년대 당시 노트르담 성당을 배경으로 한 파리의 생활상이 자연스럽게 묘사되어 있는 걸작이다.
파리 시내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개선문은 파리의 상징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높이 50m, 폭 45m로 세계에서 가장 큰 문이기도 한 개선문은 나폴레옹이 프랑스군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1836년에 세운 것이다. 30년의 공사 기간이 소요되었으며 나폴레옹과 빅토르 위고의 장례식을 치른 곳으로도 유명하다. 양쪽 기둥에 나선형 계단이 있어 꼭대기까지 올라가 파리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파리하면 금세 떠오르는 샹젤리제는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다. 연말이면 크리스마스트리로 변하는 가로수가 2㎞쯤 길게 이어져 있으며 노천카페와 고급 상점들이 밀집되어 있다. 샹젤리제 거리는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 걸어서 다니는 것이 더욱 제맛이 난다. 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로 들어가서 차를 마시든가, 아니면 세계 최고급 브랜드의 매장들을 둘러보며 한가로운 시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무명 예술가들의 성지, 몽마르트르
파리에서 가장 낭만적인 곳은 몽마르트르다. 파리 시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몽마르트르 언덕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진정한 예술을 꿈꾸며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파리를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르게 되는 명소인 몽마르트르는 본래 `순교자의 언덕` 이라는 뜻에서 그 지명이 유래되었다. 오늘날의 몽마르트르는 전 세계 무명화가들이 동경하는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때 고흐, 로트레크, 모딜리아니, 피카소 등이 활동했던 곳이기도 하다.
에펠탑은 파리 만국박람회(1889년)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약 300m 높이의 철탑이다. `에펠`이라는 이름은 이 탑을 설계한 프랑스의 토목기사 에펠의 이름을 딴 것이며 약 7300t의 철근이 사용되었다. 처음 이 철탑이 세워질 당시에는 소설가 모파상을 비롯한 상당수의 파리 시민이 극심한 거부반응을 보였으나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은 파리를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파리를 여행했다고 말하려면 최소한 오페라하우스 정도는 찾아가 봐야 한다. 파리의 오페라하우스는 2000명의 관객을 수용하고, 450명이 무대에 설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정면에는 베토벤, 모차르트, 로시니 등 모두 일곱 명의 음악가 흉상이 있어 더욱 무게감을 더한다. 오페라하우스의 진면목은 공연장의 둥근 천장에 있다. 샤갈의 프레스코화인 `꿈의 꽃다발`이 천장 전체를 우아하게 장식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궁전으로 손꼽히는 베르사유 궁전 역시 파리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다. 절대주의 왕권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루이 14세가 20여 년에 걸쳐 세운 이 궁전은 파리 시내에서 약 20㎞가량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궁전 앞의 100만㎡에 달하는 넓은 정원은 전형적인 프랑스식 정원으로, 곳곳에 연못과 샘, 30여 개의 분수 등이 있다.
△가는 길=아시아나항공에서 인천~파리 구간 직항편을 주 3회(월ㆍ수ㆍ금요일)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2시간 정도.
[글/사진 = 송일봉 여행작가]
[매일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