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가 일대 - 소원, 이루어지려나 봐요. 저 사람이 제 소원 이에요.
배낭여행에서 만나 같이 프라하를 여행하고 소원의 벽에 각자의 소원을 써 붙인다. 폴라로이드로 찍어 간직하고 5년 후에 그 소원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로 하지만, 5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 소원이 이루어졌냐는 물음에, 아직이라고 밖에 말하지 못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원의 벽은 완벽한 세트. 구시가 광장의 얀후스 동상의 하단에 설치된 소원의 벽은 너무나 감쪽같아 관광객들이 원래 그곳에 있었다고 착각할 정도. 하지만 평소 얀 후스 동상 둘레엔 벤치가 있어 쉴 수는 있지만 소원의 벽을 만들어 놓은 곳까지는 올라갈 수는 없다. 물론 세트이니 만큼 촬영 후에 말끔히 치워졌다.
드라마 속에서 가장 많은 촬영이 이루어진 곳 중의 하나인 구시가는 프라하에서 가장 볼거리 많은 아름다운 곳이다. 주소를 손에 쥐고 망연자실한 표정의 최상현 뒤로 보이는 틴 성당, 소매치기와 옥신각신 하던 거리, 윤재희가 기자와 함께 앉아 있던 호텔의 카페… 모두 구시가다. 행복한 한때의 주인공들처럼 마리오네트 인형을 사고, 티셔츠를 하나 사 입고 마차를 타고 돌아본다. 물론 멋들어진 스포츠카나 클래식한 차를 골라도 된다. 하지만 걷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까를교까지 인파를 따라가거나 혹은 화약탑까지 이어지는 쇼핑가를 구경하는 것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밤의 노천 카페 깜빠
마라톤에 이기고, 겨우겨우 붕대를 사와 캔맥주를 뿌리며 장난하는 윤재희와 최상혁. 그들 뒤로 보이는 프라하의 야경은 깜빠에서 본 야경으로 둥근 지붕의 국립극장과 강변을 따라 늘어선 건물들의 조명이 아름답다. 국립극장의 모습이다. 실제로 촬영된 그곳은 한 카페 건물의 뒷 편으로 평소엔 공터지만 강 건너편의 야경을 보기엔 그만이다.

프라하 성 쪽의 까를교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노란 건물이 인상적인데 이곳이 깜바다. 강을 바라보며 노천카페가 있고 중앙에는 잔디밭의 공터가 있어 한여름의 햇살을 피해 나무 그늘에 누워 쉬거나 혹은 가을 햇살을 맞으며 책 한권 읽기 좋다. 낮에는 강을 따라 카페들이 줄지어 있고 강바람을 맞으며 프라하를 찾은 관광인파를 피할 수 있다.
프라하 성 - 운명의 계단, 마라톤의 시작
숨어버린 그녀, 찾아 나선 그. 뜻밖의 장소에서 아픈 현실을 만난다. 로맨틱 드라마에서 꼭 나오는 장소, 긴 계단. 이 장면이 촬영된 곳은 프라하 성 올라가는 길의 맞은편의 계단으로 성을 보기 위해 언덕을 올라온 여행자들이 걸터 앉아 한 숨 돌리며 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계단을 몇 개 올라가면 ‘찾아냈네’ 하며 놀라움을 냉정함으로 위장한 혜주가 최상현을 맞이한 곳, 윤재희의 집이다.
이 계단은 가로등과 은은한 색의 벽들이 잘 어울려 별 것 없는 곳이지만 의외로 가을의 운치가 느껴진다. 계단을 올라 아치를 통과해 가면 흐라트차니 지역, 프라하 성 반대 편으로 작은 카페와 기념품 가게들이 이어진다. 다른 곳에 비하면 한가하고 여유로운 곳.
계단 건너편의 언덕을 마저 다 올라가면 프라하 성이다. 땀 흘리며 올라온 언덕은 훌륭한 전망으로 보상한다. 성으로 들어가기 전 광장에서는 프라하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 광장에서 마라톤이 시작되는 장면이 촬영되었는데 평소에도 여행객이 많은 곳이다. 성으로 들어가면 윤재희가 씨티투어를 한 고딕 양식의 비타성당이 있고 성당의 탑에 오르면 프라하 최고의 전망을 볼 수 있다. 다만, 나선형의 좁고 긴 계단을 끊임없이 올라가야 하는 것이 단점, 하지만 올라간 보람은 있다.
까를교 - 이 멋진 풍경 혼자 보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
옥신각신 오해와 실랑이 끝에 혜주의 주소를 내미는 상현, 마지못해 길 안내를 나서는 재희. 까를교에서의 촬영은 여러 번인데 그 수많은 인파 때문에 이른 아침, 혹은 새벽에 촬영되었다. 둘이 열심히 달리던 마라톤 장면의 일부도 까를교, 5년 전의 꼭 돌아와 청혼하겠다던 자신을 회상하는 영우 뒤로 보이는 프라하 성 역시 까를교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까를교를 보는 순간, 아래 위로 차와 전철이 달리는 최첨단 기술로 지어 놓은 다리들이 너무나 삭막해 진다. 기둥마다, 조각상마다, 심지어 바닥에 깔린 돌 마다 사연이 숨어있을 법한 까를교. 한 낮의 다리는 관광객과 노점상, 악사들이 꽉 메우고 있어 줄을 서서 다녀야 할 지경이다. 다리 양쪽의 조각상 마다 사진 찍는 인파들, 노점상을 둘러싸고 무언가를 사려는 사람들, 거리의 화가에게 초상화를 부탁하는 나이 지긋한 부부, 동전 한 잎에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 깃발 아래 다리를 지나는 여행객, 난간에 기대 강을 바라보며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들… 까를교에는 다리 이상의 무엇이 있다.

눈물 젖은 핫도그와 바츨라프 광장
다이아반지를 선택한 그녀, 달라진 그녀 삶의 희망인 아이를 위해서 내키지도 않는 핫도그를 꾸역꾸역 먹는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 인생을 논하지 마라. 혜주가 먹었던 핫도그는 구시가를 비롯해 쉽게 접할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 빵 사이에 소시지를 넣고 소스를 뿌린 간단한 음식으로 조금 짠 편이다. 그녀의 슬픈 사연에는 아랑곳 없이 바츨라프에는 구시가와 다른 활기가 넘친다.

바츨라프 광장은 체코역사의 생생함이 살아 있다. 구시가와 달리 관광객 보다는 현지의 젊은이들이 더 눈에 들어오고 이곳을 신시가로 구분한다. 그렇지만 좌우로 늘어선 건물들은 여전히 프라하의 고풍스러운 건축을 담고 있다. 너른 길과 골목의 네온 사인들이 신시가를 나타낸다고 하면 모를까. 광장의 정점에 국립 박물관이 웅장하게 서 있고, 그 아래로 분수대와 성 바츨라프의 동상과 역사의 현장에서 사라졌던 젊은 영혼을 추모하는 공간이 자리한다. 광장의 양 옆으로는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들이 있고, 광장의 중앙에는 자동차나 콘크리트, 철골, 목재 등을 이용한 예술품들이 있어 관광객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구시가 혹은 화약탑으로 이어지는 거리는 여전히 흥겨운 쇼핑가와 레스토랑들이 이어진다.
성곽을 따라 달리는 그 맛, 비쉐흐라드
한일 경쟁관계는 드라마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결국 마라톤으로 진검 승부를 펼친다. 다급해진 윤재희는 벼락치기 연습에 나서고 또 마라톤 장면이 촬영된 곳이 도시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비쉐흐라드다. 멀리 프라하 성이 보이고 붉은 지붕의 도시와 함께 성곽에서 조깅을 할 수 있는 이곳은 관광객이 찾는 일은 별로 없어 한적한 맛이 난다.

성곽을 따라서 산책을 하거나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에서 가을 단풍을 구경할 수 도 있다. 물론 안에는 아담한 카페와 기념품 가게, 성당, 쉬어가기 좋은 잔디밭이 있어 산책 나온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비쉐흐라드의 가장 좋은 점은 높은 위치다. 도시 전망이 시원하게 보이는 이곳 성곽에서는 멀리 강에 놓인 다리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