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이탈리아 소매치기
, 특히 로마 소매치기는 여름 한철 벌어 일년을 먹고 산다, 집시의 우두머리 급은 메르세데스 벤츠를 몰고 다닌다, 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만큼 소매치기가 많고, 또 그만큼 소매치기를 당한 여행객이 많다는 얘기겠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아무리 악명 높은 이탈리아 소매치기라도 문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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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알자!
이탈리아 소매치기의 유형은 크게 5가지가 있습니다.
1 집시[집시를 이탈리아어로는 징가리Zingari라고 합니다]들은
(위 사진. 지하철 내에서 구걸을 하는 어린 집시)
- 아기를 안고[가끔은 인형이기도 합니다] 지하철역 등에서 구걸을 한다든지,
- 여럿이서 몰려다니면서 당당하게 옷을 잡고 늘어지며 돈을 달라고 한다든지,
- 음악이나 춤을 보여주며 구걸을 한다든지,
- 실수인척 -너무나 뻔하지만- 옷에 뭔가를 묻히고서는 닦아주는 척을 한다든지,
- 무작정 가방에 손을 집어넣는다든지[대개 어린아이],
하면서 보통 지갑을 훔칩니다. 이들의 목적은 현금으로 신용카드가 사용될 확률은 낮습니다. 현금 외에는 카메라, 핸드폰 등의 전자기기 등을 훔쳐가는데, 대개 어수룩하고 행동이 느리며 그 수법들이 너무도 뻔해서 미수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사진. 로마의 거리 거리에 있는 동구권계의 집시들. 늘 아이들을 안고 있는 데 이 아이들이 실제 자신의 아이가 아닌 경우도 많다.)
흉기를 가지고 있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고, 어린아이들이나 아줌마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럿이 접근해와서 붙잡는다든지, 옷에 뭔가를 묻힌다든지, 신문지나 돈을 달라는 메시지가 적힌 종이 등을 들이댈 때, No라고 의사표현을 큰 목소리로 확실히 하시면, 문제 없으실 겁니다.
2 기념품이나 색실 등을 파는 척하며 2~3인1조로 지갑을 훔치는 흑인 또는 동유럽인.
대체로 흑인인데, 색실이나 플라스틱 장난감, 야광액세서리 등을 선물이라고 채워주면서 시선을 끌고 다른 사람이 지갑을 훔쳐갑니다. 뭔가 손에 들고 접근해 오는 흑인이 있으면 크게 No라고 말하시거나 아예 무시하세요. 카메라, 또는 여행가방을 통째로 들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으니 밤이고 낮이고 소지품 관리를 잘 합시다.
3 자신이 소매치기인 걸 굳이 인식시키는 소매치기
몇 번 접근해오고, 몸이 부딪힌 것도 같아 신경이 곤두서있을 때, 눈이 마주치면 기분 나쁘게 씨익 웃으면서 ‘네 것 훔쳤다’하는 듯한 몸짓을 보입니다. 그래서 확인하려고 여행객이 지갑이나 복대 등을 꺼내 들었을 때 재빠르게 낚아채서 도망가는 유형입니다. 확실한 곳에 잘 챙겨두셨다면 굳이 꺼내서 확인하지 마세요. 이런 배짱 좋은 소매치기의 경우 고단수일 확률이 높고, 하는 짓도 대담하며 주머니칼 정도의 것이라도 흉기를 가지고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위 사진. 악명높은 64번 버스. 이 버스내부에서는 소매치기가 일어나기도 한다. 대상은 주로 동양계 여성이다.)
4 자신도 여행객인 척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로 길을 묻는 남미인
혼자 또는 2~3명 정도의 작은 그룹으로 여행하시는 분들께 보통 접근하는 소매치기의 유형입니다. 여행객인 척하며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로 끊임없이 말을 시킵니다. [아랍인인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아랍어로 계속 말을 합니다]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는 동료(서너명)와 수시로 눈빛 교환을 하며, 영어로 대답을 해도 여행자가 들고 있는 표나 지도 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계속 현란한 자기네 나라 말로 계속 말을 잇습니다. 상대를 해주다가 무시를 해도 계속 따라옵니다. 처음부터 무시하는 것이 좋은데, 혹시나 계속 따라온다면 가까운 가게에 들어간다든지 경찰이라든지 주위에 도움을 청할 수 있을 만한 곳으로 신속히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5 친절한 이탈리아 남성
여자 여행자분들이 유의하셔야 할 유형입니다. 이탈리아 남자(로 보이겠지만, 여행객에게 접근하는 것은 루마니아 등지의 동유럽인인 경우가 많습니다)가 예쁘다고, 첫눈에 반했다, 같이 커피라도 한잔 하자, 하는 뉘앙스의 말을 하며 다가오게 되는데, 그저 무시하세요. 행여나 과자나 음료수 등을 준다고 해도 절대로 먹지 마세요. [눈 앞에서 신품을 개봉해도 먹지 마세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당신의 지갑입니다.
나를 알자!
도난 예방법: 조심, 조심, 또 조심
얇디 얇은 끈을 대각선으로 메는, 손 한 뼘 사이즈의 가방을 따로 메고 다니시는 분들, 물론 사용하기 편한 것은 알지만, 그것만큼 무모한 행동이 또 있을까요?
‘나 여기에 여권이랑 현금이랑 귀중품 다 넣고 다녀요’라고 광고를 하고 다니시는 것과 마찬가지랍니다.
지갑은 가방이나 옷 안쪽 깊숙이, 적어도 두 군데로 분산시켜서 소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방도 분실할 염려가 있으니 현금과 여권, 유레일패스 등 귀중품은 최대한 몸에 지니고 다니시는 게 좋습니다. 숙소와 코인 라커 등을 너무 믿으셔도 안 돼요.]
매일 아침에 숙소에서 나가시기 전에 그 날 필요한 만큼의 현금과 신분증(국제학생증)만 자주 뺐다 넣었다 할 수 있게 소지하시고, 나머지는 복대나 안주머니에 가지고 다니세요.
가방을 앞으로 메고 다니는 것도 [특히 지하철과 버스, 박물관 입구 줄 서있을 때] 좋은 방법이고, 손가방 내지는 한쪽어깨에 매는 핸드백은 날치기를 당할 수 있으니, 배낭이나 튼튼한 크로스백, 허리쌕이 좋아요. 물론 가방은 지퍼 꼭꼭 닫고 다니시고, 기내가방 같은 경우에는 자물쇠를 꼭 잠그세요.
그리고 장거리 이동하실 때, 최대한 짐의 수를 줄이세요. 메는 가방 하나, 끄는 가방 하나, 식사거리와 음료수를 담은 봉투 하나가 이상적입니다. 절대로 매표소나 대기실 등에서 ‘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까 괜찮겠지’하고 짐을 손에서 놓으시면 안 됩니다. 그 누구도, 도둑질 해가는 걸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었으면 찍었지, ‘도둑이다!’하고 외쳐주지 않아요.
그리고 혼자서 여행하시는 분들, 외국인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카메라를 삼각대에 놓고 찍는 것도 될 수 있으면 자제하시는 것이 좋아요. 발 빠른 도둑들이 가지고 튑니다. 영화에서처럼 정의에 불타오르는 시민이 잡아주지 않습니다. 목격자들도 어이없어 웃기만 할 뿐, 아무도 당신을 도와주지도, 당신의 편이 되어주지도 않는답니다.
아무리 능청스럽게 돈과 귀중품을 훔치는 소매치기라하더라도 대다수가 포기가 빠르고, 사람을 해치려고 하지는 않으므로, 소지품을 잘 챙기시고, 소매치기가 접근해왔을때 큰소리로 의사표현을 하시는 것만으로 충분히 도난을 예방하실 수 있다고 봅니다.
만약에 소매치기를 당했다면.
113(경찰)에 전화로 신고를 하시거나 경찰(공항, 역사내, 경찰서 외에도 유적지나 큰 광장에서 늘 순찰을 하고 있습니다)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시고 조서를 작성하세요. 그렇게 해야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보험 배상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현금은 배상이 안 되는 점, 유의하세요]
'잃어버렸다[영어로는 로스트lost, 이탈리아어로는 뻬르쏘perso]'라는 단어를 잘 못 사용하시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자신의 불찰[잠시 어디에 놓았다. 공공장소에서 잠이 들었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하지 않으시는게 좋습니다.
라드리 ladri : 도둑
보르쎄좌또리 borseggiatori : 소매치기
루바또 rubato : 훔쳤다
우노 uno : 1
두에 due : 2
뜨레 tre : 3
꽈뜨로 quattro :4
친꿰 cinque : 5
자이노 zaino : 배낭
보르싸 borsa : 가방
발리쟈 valigia, 트롤리 trolley : 기내가방
포토카메라 fotocamera : 카메라
빠싸뽀르또 passaporto : 여권
쏠디 soldi : 돈
도꾸멘띠 documenti : 서류, 신분증
[영어로 신고하시겠지만, 이탈리아인들의 짧은 영어를 아는 관계로 필요할 만한 단어들을 적어보았습니다.]
글, 사진 : 김리나 기자 viva7@vivaitalia.co.kr
(김리나 씨는 로마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밀라노 국립대학교 생명공학과에 재학중인, 라틴어, 영어, 이탈리아어에 정통한 이탈리아 문화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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