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여행 중에 마시는 커피는 유난히 맛있다.
그냥 한 잔의 커피가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그 장소의 아름다운 풍광과 그날의 날씨, 그 도시의 문화, 함께 마신 친구의 즐거운 수다까지 더해진 덕분이리라.
점심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작은 샌드위치로 대신하더라도 느지막한 오후, 노천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빼놓을 수 없는 하루 일과였다.
그것도 아주 공을 들여 마신다. 커피에 공을 들인다는 건 별스러운 게 아니다.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천천히 음미하면 되는 거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
하루종일 ‘관광’을 하다보면 오후 서너 시쯤 그날의 체력이 바닥난다.
얼마나 걸었는지 종아리가 굳고 발바닥도 얼얼하다.
급격히 피로가 몰려올 시간이다. 이맘때쯤 커피 한 잔을 핑계로 다리도 쉬어주고, 허기진 뱃속에 작은 조각 케이크이나 가방에 먹다 넣어둔 초콜릿 부스러기라도 입에 넣어야 한다. 그렇게 최소한 30분은 쉬어야 다음 스케줄을 진행할 수 있다.이때, 카페 고르기도 신중히 해야 한다.
요즘이야 유럽이 아니라도 여행지마다 널린 게 카페다. 돌아보는 데 한나절이면 충분한 소도시라도 멋스러운 카페가 거리마다 진을 치고 기다린다.
그렇다고 아무 카페나 들어가진 않는다.
카페가 예쁘거나, 풍광이 멋지거나, 유난히 맛있는 커피를 만들거나,
유명인의 단골 카페였거나, 왠지 모르게 끌리는 그런 곳을 택한다.
물론 선택의 여지없이 역전 다방 분위기의 카페에서 기차를 기다린 적도
있지만 대개는 마음에 쏙 드는 곳이 한 군데씩은 있다.테이크아웃은 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노천 테이블에 앉는다.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탁자를 이용해 셀카도 찰칵.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쬐면 금상첨화, 비가 와도 상관은 없다.
커피라는 게 어떤 날씨와도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 아니던가.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단골 카페, 부다페스트의 도나우강 전망이 멋진 카페, 바르샤바 신시가지의 트렌디한 카페 거리, 두브로브니크의 광장 앞 노천카페 …. 숱한 여행의 추억에서 카페 장면만 따로 모아도 이야기가 술술 풀리지 싶다. 고소한 커피 향에 재미난 기억들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아, 그립다. 노천카페에서 마시던 쌉쌀한 커피 한 모금.
김숙현/ 여행작가 ⓒ 한겨레(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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