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보건장관 “업무 효율 높인다” 15분 낮잠 권장
올해 84억원 들여 ‘잠 잘자기 캠페인’ 벌이기로..
“아흠~.” 나른한 오후, 직장인들은 누구나 낮잠을 동경한다.
그러나 마음 놓고 눈을 감을 수는 없다. 이 눈치 저 눈치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가 낮잠을 정부 차원에서 권장하겠다고 나섰다.
낮잠의 원조 격인 스페인은 2년 전 관공서에서의 낮잠을 폐지했다. ‘
낮잠의 경제학―.’ 어느 쪽이 옳은가.
◆佛 “15분 낮잠이 도움된다”
사비에르 베르트랑(Xavier Bertrand)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직장에서 낮잠 자는 게 왜 안 되나. 금기시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베르트랑 장관은 근무 중 짧은 낮잠이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하는 것으로 입증되면 주저 없이 기업들이 도입하도록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너무 긴 낮잠은 곤란하고 최대 15분까지의 낮잠을 권장할 방침이다.
프랑스 보건부가 국민들 잠자는 데까지 신경 쓰고 나선 이유는 매년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20~30%가 졸음 운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직장과 학교에서의 저(低) 효율, 비만, 우울증 등도 수면 부족 탓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장관의 낮잠 발언은 프랑스 사람들을
더 잘 자게 만들려는 보건 정책의 일환이다.
프랑스 보건부는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문제점을 연구하고
‘잠 잘 자기’ 캠페인을 벌이는 데 올해 700만유로(약 84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주 35시간 근무제에, 연간 7주나 되는 긴 휴가를 자랑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가
낮잠을 권장하겠다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낮잠 행태
‘시에스타(siesta·낮잠 풍습을 뜻하는 스페인 말)’는 지중해 연안, 중남미, 동남아 등
더운 곳에서 보편적이다.
무더위를 피해 낮잠으로 기력을 회복하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자는 취지다.
낮잠은 길 경우 2~3시간 이어진다.
그러나 시에스타의
원조 국가인 스페인은 2005년 말 낮잠으로 인한 경제 손실이 막대하다며
관공서에서의 시에스타를 공식 폐지했다.
기업과 상점들도 서서히 동참하는 추세다. 니카라과 정부도 같은 이유로
2004년 공무원들의 근무시간을 오전 7시~오후 2시로 바꾸고
점심시간을 없앴다.
중국은 1982년 개헌한 헌법 제43조에 ‘노동자들의 쉴 권리’를
명시적으로 보장한 이후 낮잠을 허용하는 직장이 생겨났다.
일본은 기업 차원에서 낮잠을 잘 수 있는 방이나 책상용 베개 등을
직원들에게 주는 곳이 있다.
태국 방콕시는 지난달 시청 안에 ‘낮잠 방’을 설치, 직원들이 낮잠을 즐기도록 배려했다.
낮잠 문화가 없는 일부 국가도 폭염이 닥치면 시에스타 정책을
고려한다.
작년 살인적인 무더위가 유럽을 휩쓸자 독일 정치권에서 시에스타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같은해 우리나라 소방방재청도 폭염종합대책을 수립하면서
건설·산업현장 근로자들에게 사고 방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낮잠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파리=강경희특파원 khk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