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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아득한 절벽 위신비로운 도시, 오르비에토·바뇨레지오

오르비에토에 위치한 두오모 성당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 하면 으레 떠올리는 도시가 아닌 새로운 도시를 찾아나서는 여행.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이탈리아의 또 다른 모습을 찾기 위한 시간과 노력은 그만큼 가치를 선사한다. 라치오와 옴브리아주 경계에 위치한 오르비에토와 바뇨레지오. 절벽에 세워진 고대 도시가 내뿜는 분위기와 풍경은 기대한 것 이상이다.

■ 언덕 위 중세 도시 오르비에토

로마에서 피렌체로 향하는 열차를 타고 1시간30분 정도 가다 보면 거대한 바위 위에 자리 잡은 작은 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높이 197m에 이르는 아득한 바위 절벽에 세워진 도시 이름은 바로 `오르비에토`. 신비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열차에서 내린 여행객들은 오르비에토에서 느리게 여행하기의 묘미를 맛보게 된다.

로마에서 북서쪽으로 약 97㎞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르비에토는 느리게 살기 운동이 진행되는 슬로 시티가 시작된 곳이다. 이곳을 여행하다 보면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마음이 차분해지고 여유가 생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오르비에토 도시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먼저 작은 등산열차와 비슷한 트램을 타고 높은 절벽 위로 올라가야 한다. 트램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도시의 널찍한 광장이 눈에 들어온다. 중세 시대 교황 은신처로 사용되었던 이곳에는 아직도 중세 분위기가 가득하다.

회색 돌과 자갈이 깔린 바닥을 걷는 기분도 운치 있다. 또한 슬로 시티로 지정된 덕분에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공기도 좋고, 걸으며 골목 구석구석 둘러보기에 좋다.

오르비에토 도심을 걷다 보면 유난히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이 눈에 띄는데, 바로 이곳을 대표하는 건축물 두오모 성당이다. 이탈리아 최고 고딕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꼽히는 성당으로 은은한 색감의 외벽과 금빛 모자이크가 잘 어울린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두오모 광장 앞에 있는 지하도시를 들어가 보자. 약 3000년 전에 형성된 동굴로 두오모 광장 안내센터에서 신청하면 가이드투어를 통해 입장 가능하다. 옛날 저장고로 사용되기도 했던 지하도시로 들어가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깊이 62m로 땅을 파서 만든 찬 파트라치오 우물도 오르비에토 명소다. 옛날 전쟁을 대비해서 마을에 깊은 우물을 파놓았는데 창문이 70여 개 뚫려 있어 독특하다. 또 이중 나선형 계단 248개가 아래까지 이어져 바닥 부분까지 내려갔다 올 수 있다. 어두컴컴한 깊은 우물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기분이 색다르다. 오르비에토는 골목골목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전망도 무척 아름답다.

■ 하늘 위에 떠 있는 섬, 치비타

오르비에토를 둘러보고 난 뒤에는 남동쪽으로 약 15㎞ 떨어진 바뇨레지오로 가보자. 버스로 잘 연결되어 함께 여행하기 좋다. 사실 바뇨레지오를 찾는 이유는 이곳에서 약간 떨어진 천공의 섬, 치비타 디 바뇨레지오를 가기 위해서다. 오르비에토를 출발한 버스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서 1시간 정도 가다가 고요한 마을 앞에 손님들을 내려놓는다.

여기서 걸어서 30분 정도 더 올라가면 오뚝하게 솟은 높은 언덕에 신비롭게 서 있는 작은 마을을 볼 수 있다. 이곳이 바로 `치비타 디 바뇨레지오`다. 하늘에 떠 있는 듯한 작은 섬처럼 보이는 이곳은 약한 성질의 응회암이 비와 바람 때문에 지속적으로 침식되고 깎여나가면서 지금 모습을 하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도 풍화 작용이 계속되고 있어 언젠가는 이 마을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을 입구까지 연결된 좁은 철제 다리를 따라서 마을에 들어서면 오래된 듯한 벽돌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상상 속에 존재할 것 같은 이 마을에는 주민 14명만이 살고 있어 마을 자체가 고요하고 조용하다. 골목 곳곳에 화분이 놓여 음산하다기보다는 따뜻한 느낌을 준다.

치비타 디 바뇨레지오는 비록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토마스 아퀴나스와 함께 중세 스콜라철학의 쌍벽을 이루고 있는 보나벤투라가 태어나고 살았던 곳으로,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다. 로마네스크 양식 교회인 산 도니토 등 볼거리도 있다. 무엇보다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는 길=대한항공에서 인천~밀라노~로마~인천 항공편을 운항한다. 로마까지 비행시간 약 15시간 소요. 기차를 타고 오르비에토까지 약 1시간30분 소요.

※자료 제공=이탈리아정부 관광청

[매일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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