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왔는데 "어디가 제일 좋았어?"라는 질문에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여기도 좋았고, 저기도 좋았던 것 같아 어느 한 곳을 고르기 어렵다면 그나마 낫다. 너무 많은 나라와 도시를 바쁘게 둘러보느라 기억에 남거나 감동을 느꼈던 곳이 흐릿하게 남아 있는 게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남을 뿐. 여행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한번에 많은 것을 보겠다는 과한 욕심부터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나라 하나만 선택해 일주일 이상 둘러봐도 모자란 곳이 유럽이다. 그중 오스트리아는 순수한 자연, 아기자기한 도시, 알프스를 누비는 산악열차까지 열흘이 모자랄 정도로 관광자원이 가득하다.
아기자기한 호수 마을, 할슈타트
보통 오스트리아하면 수도 빈 또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잘츠부르크를 먼저 떠올린다. 이들 도시만 둘러보고 오스트리아를 다 봤다고 말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오스트리아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는 도시가 곳곳에 숨어 있으니까 말이다.
그중에서도 할슈타트는 그림 같은 풍경 덕분에 유럽 여행객들에게는 이미 입소문이 난 곳이다. 잘츠부르크에서 기차로 약 1시간 떨어진 잘츠카머구트 지역에 자리 잡고 있으므로 당일여행으로라도 꼭 다녀오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이곳에서 하루 정도 묵는다면 더 좋다. 그래도 떠나는 순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될 만큼 깊은 여운을 준다.
잘츠카머구트 지역은 76개 빙하 호수와 알프스가 어우러져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휴양지다. 수많은 호숫가 마을 중에서도 할슈타트가 으뜸으로 꼽힌다고 하니 얼마나 매력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잘츠부르크에서 열차를 타고 배를 갈아탄 뒤 가다보면 멀리 동화 같은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산등성이에 매달려 있는 듯한 아기자기한 마을과 호수가 어우러져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할 정도다. 할슈타트를 차지하고 있는 현지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그나마 잠시라도 머물며 마을에서 자전거를 타고, 호숫가 주변을 산책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마을은 규모가 무척 아담한데 작은 광장을 중심으로 레스토랑과 상점, 주택들이 모여 있다. 중세 교회와 작은 박물관도 소소한 볼거리다. 또 마을 뒤편으로 가면 산 능선을 따라 케이블카가 놓여 있다. 케이블카는 여행객들을 다흐슈타인 산 정상까지 태워준다. 소금 광산의 흔적을 만나러 가거나 할슈타트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거나 어떤 목적이든 꼭 타 볼 것을 권한다. 조금씩 마을과 멀어지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탄성을 자아낸다.
알프스 누비는 산악열차ㆍ유람선
뭐든 몸으로 경험해보면 더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다. 자연 속에 자리한 한적하고 아기자기한 마을에서 체험하는 산악열차와 유람선 덕분에 보다 실감나게 이곳을 둘러볼 수 있다.
먼저 호수를 유람하며 바라보는 마을의 모습은 어떨까. 잘츠카머구트 지역으로 흐르는 볼프강 호수 유람선을 타면 웅장한 산과 아기자기한 볼프강 마을이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수심이 100m가 넘는다고 알려진 에메랄드빛 호수 빛깔 자체가 여행객들 마음을 사로잡는다. 배를 타고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을 유람하는데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내느라 분주하다. 또한 볼프강 마을에서는 100년 이상 된 증기열차를 타고 샤프베르크 산 위를 달릴 수 있다. 빨간색 열차는 동화 같은 마을과도 잘 어울린다. 열차가 사람들을 내려놓는 곳에는 알프스 산맥과 호수가 어우러진 파노라마가 잔뜩 펼쳐진다.
알프스 산을 넘는 산악철도는 어떨까. 비엔나에서 이탈리아 트리에스테까지 이어지는 젬머링 열차는 세계 최초의 산악철도다. 개통 당시 시속 6㎞의 속도로 달렸지만 지금은 60㎞ 속도로 알프스 산을 관통한다. 40여 ㎞ 구간 중에서도 비너노이슈타트에서 젬머링 구간을 이용하자. 아찔한 절벽을 옆에 두고 달리는 열차에서는 스릴과 감동, 재미까지 모두 느낄 수 있다.
△가는 길=대한항공에서 인천~비엔나 구간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 약 11시간40분 소요.
글 = 하정화 여행작가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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