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는 사람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특히 혹한 속에서 다양한 겨울 레포츠를 즐기는 북유럽인들을 보면 마치 겨울을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 보일 정도다.
북유럽에서도 북쪽 끄트머리에 해당하는 라플란드 지방에 사는 '연족(외신族)'은 추위와 매우 익숙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아마 이들처럼 추운 겨울을 즐겁고 활기차게 보내는 사람들도 없을 성싶다.
그들은 한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서 순록 썰매를 타거나, 겨우내 얼어 있는 호수 위에서 얼음낚시를 즐긴다.
그런가 하면 쇄빙선을 타고 먼 바다로 나가 얼음을 깨고 '한겨울 바다 유영'을 즐기기도 한다.
물론 옷 위에 물에 뜨는 방수복을 껴입긴 하지만…. 아무튼 북유럽, 그 가운데서도 라플란드에 가면 겨울을 신나게 보내는 다양한 방법들을 만날 수 있다.
◆근교 명소, 산타클로스 마을 = 북극권에 속해 있는 라플란드주는 핀란드 전체 국토 중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여름에는 백야를 보기 위해, 겨울에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유명 관광지다.
그 들머리 구실을 하는 곳이 인구 약 3만명인 작은 도시 로바니에미다.
헬싱키에서 저녁에 출발하는 특급열차를 타면 그 다음날 아침에 도착하는 먼 거리이지만 이 밤 열차는 언제나 인기다.
매년 하지와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성수기에는 표를 구하기 힘들 정도다.
로바니에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관광명소는 복음루터파 교회다.
높은 첨탑이 솟아 있어 멀리서도 눈에 띄는 이 교회 뒷마당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목숨을 잃은 젊은 병사들 무덤이 있다.
정사각형 돌에 금색으로 새겨진 이름과 나이를 보면 이들 평균 나이가 25세 미만임을 금세 알 수 있다.
로바니에미는 겨울에 유난히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시내에서 10㎞쯤 떨어진 곳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산타클로스 마을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더라도 이 마을은 눈이 쌓인 겨울 동안은 매일 크리스마스처럼 이벤트를 준비해 관광객들을 맞는다.
로바니에미 명물이자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인 산타클로스 마을에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살고 있다.
산타클로스 마을은 전 세계적으로 노르웨이와 일본 히루초를 비롯해 여러 군데가 있다.
그러나 산타클로스 마을로 정통성을 가장 널리 인정받는 곳이 바로 핀란드 로바니에미다.
◆설국에서의 꿈같은 휴가 = 로바니에미를 찾는 관광객들은 아직까지 유럽인들이 대다수다.
관광객들은 이 동화처럼 예쁜 도시에서 설상차를 타고 산타클로스 마을을 다녀오거나 순록 농장을 찾아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눈썰매를 타며 꿈같은 겨울 휴가를 보낸다.
그리고 저녁에는 정통 핀란드식 사우나로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낸다.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크로스컨트리를 즐기며 로바니에미의 아름다운 설경을 마음껏 즐긴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는 얼음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옆에서 조그만 의자에 앉아 얼음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겨울 속으로 = 거친 자연환경에 익숙한 연족은 오래 전부터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겨울 레포츠를 즐겼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의 겨울 레포츠는 차츰 외부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근 들어서는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겨울 휴가를 보내기 위해 일부러라플란드를 찾아올 정도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일명 '윈터 올림픽'이라 불리는 이색 레포츠는 라플란드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겨울 프로그램이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 위에서 7명씩 조를 이뤄 약 2시간 동안 진행하는데 성적이 좋은 사람에게는 시상식을 통해 상품(라플란드 인형)도 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조를 편성하는 권한이 절대적으로 심판(진행요원)에게 있다는 것. 가족 또는 친구들이 함께 왔다고 해도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승부에 대한 과열을 막고, 다른 사람들과도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라는 배려다.
경기종목은 모두 네 가지. 얼음 위에서 지프타기, 설상차 운전하기, 7인 스키타기, 순록 목에 올가미 씌우기 등이다.
이 가운데 7인 스키타기를 빼고는 모두 개인 경기로 실력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7인 스키타기. 7명이 함께 특별히 제작된 스키를 타고 반환점을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호흡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한꺼번에 얼음판에 넘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이 같은 단체 경기를 통해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은 오히려 서로 이해하고 힘을 합치게 된다.
아주 짧은 시간에 뿌듯한 성취감과 우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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